호남권 의사회 ‘응급환자 이송 시범사업’ 반발
"응글실 뺑뺑이 원인은 사법리스크…현장 의견 배제"
입력 : 2026. 02. 05(목)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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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두고, 시행 대상지인 호남권 의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응급의료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오히려 지역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광주·전남·전북 의사회는 5일 공동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추진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독단적 정책”이라며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광주·전남·전북을 대상으로, 119구급대가 병원 응급실에 개별적으로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기존 방식을 대신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의료자원을 실시간 공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이송 병원을 직접 지정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환자 중증도는 Pre-KTAS(응급환자 분류체계) 기준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되며, 시범사업 종료 후 평가를 거쳐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호남권 의사회는 “겉으로는 시스템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판단과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고 반발한다. 특히 병원 수용 여부와 전원 과정까지 광역상황실이 관여하는 구조가, ‘수용을 거부한 의사가 문제’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가 꼽는 응급실 뺑뺑이의 핵심 원인은 ‘사법 리스크’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책임과 수사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점점 더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이송체계 개편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의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격오지와 의료 취약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중증 환자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 같은 상황에서 획일적인 이송 지침을 적용할 경우 응급의료시설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센터는 과밀화가 심화돼 오히려 응급 처치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사회는 “지침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발표됐고, 실제 현장을 책임지는 응급의료 담당 의사들은 숙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시범사업을 강행하기보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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