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역사와 자연을 담은 황윤석 도서관
김명화 교육학박사
입력 : 2026. 01. 21(수)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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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

황윤석 도서관 전경.
겨울철 날씨인데 온화했다. 7도 남짓한 온도라 가벼운 외투만 걸쳐도 충분했다. 스카프를 느슨하게 두른 채 길을 나서기에 더없이 적당했다. 전북 고창으로 향하는 길은 들판 위로 미세먼지가 얇게 깔려 있었지만, 시야를 완전히 흐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서쪽 특유의 유연한 지형과 겨울빛이 어우러지며 묘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 풍경 속으로 새롭게 문을 연 황윤석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개관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단지 새로운 공공시설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설계자가 유현준 건축가라는 사실이 지역사회가 다른 이웃 마을까지 전해져 왔다. 유현준은 늘 ‘건축이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고 머무르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건축가로, 이번 황윤석 도서관도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시민의 모습을 그리며 설계를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공공도서관이 어떤 공간 전략으로 시민을 맞이할지, 그 자체가 하나의 관찰 대상이 돼 궁금하던 차에 시간을 내게 됐다.
도서관 첫 입구에서부터 기와를 닮은 지붕과 곧 뻗은 나무는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잠시 도서관 입구에 서서 고창의 주변 산과 건물의 어우러짐을 만나 보았다. 첫인상은 개방감이며 자연광을 아낌없이 들이며, 동시에 지나치게 밝지 않도록 조도 균형을 잡은 흔적이 보인다. 건물 내부의 중심부에는 넓은 공용 공간이 배치돼 있다. 이용자들은 이 공간을 지나며 각각의 열람실, 어린이 공간, 휴식 공간으로 흩어진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이러한 공간을 가진 고창 시민이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만 어린이 공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가 많았는데 한쪽 공간에 밀쳐 놓은 느낌이었다. 책을 가장 많이 만나야 하는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온 시민이 많아 더 넓은 공간을 줬으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학자 이재 황윤석을 얼음 담은 도서관은 ‘과거를 품고 내일을 읽는다’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도서관이 자연을 담은 방식이다. 일반적인 도서관이 책장 중심의 시야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높이의 창을 배치해 머무는 위치마다 다른 풍경을 조각처럼 보여준다. 책을 읽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바깥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자연과 만나는 순간 시야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내부 동선은 직선적이면서도 단조롭지 않다. 특정 기능을 분리하기보다 공간 사이의 경계를 느슨하게 설정함으로써, 이용자가 목적 없이도 방랑하듯 곳곳을 탐색하게 만든다. 이는 도서관을 단순히 지식 습득의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머무는 시간 자체가 행복하도록 설계한 열린 경계가 공간에서 잘 드러나 보였다.
황윤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학자적 양심을 지켰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이 그의 이름을 단 것은 단순한 명칭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듯했다. 고창 도서관이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동시에, 그 정신을 현대적 건축 언어로 번역해 지역 시민에게 다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중심 기능을 재정립하는 공간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열람하는 곳을 넘어, 소통, 문화, 휴식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의 공간을 몸과 언어로 느끼면서 이런 도서관이 있는 자체에 부러운 마음과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을 뒤돌아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들이 삼아 찾아온 도서관에서 가벼운 만화책을 읽고 도서관을 나서며 입구에서 바라보니 종묘 정전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나무와 그리고 태양광을 이용한 지붕을 바라보면서 고창의 산등성이와 푸른 하늘을 담고 있는 풍경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을 나서는 길, 다시 겨울빛이 들판 위로 눕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 본 풍경과 바깥에서 바라본 건물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건축은 늘 외부와 내부, 이용자와 공간, 지역과 세계 사이의 편안함이 그곳에 머물게 한다.
황윤석 도서관은 건축가의 생각처럼 나뭇가지 아래서 책을 읽고 시민의 삶의 모습이 보여 고창이라는 작은 도시의 풍경 속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건축적 여백을 남긴다는 점에서 빛나는 공간으로 많은 이웃이 부러운 마음으로 만나는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