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환경 파괴…인류의 현안 시적 언어로 응답
■시집 펴낸 윤범모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화택 火宅’ 예술시대서 선보여
제4부 구성 작품 100여편 수록
현대시 생태적 실천 모색 방점
‘화택 火宅’ 예술시대서 선보여
제4부 구성 작품 100여편 수록
현대시 생태적 실천 모색 방점
입력 : 2025. 12. 24(수)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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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일 때와 자녀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은 불이 나든, 폭염 경보가 발동되든 놀이에 빠져서 헤어나올 줄 모른다. 어른 눈에는 아이들이 딴짓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언제 속이 들까’라며 답답해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의 속 없음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대 지구촌의 생태환경이 무너져내리는 현실 속 아이들이 위험을 감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의 기원이 담겨있다.
그는 저자 후기에서 이 시집의 향방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불경에 화택火宅 비유가 있다. ‘불난 집’.집은 활활 불타고 있는데 집안의 아이들은 놀이에 정신 팔려 밖으로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밖에서 ‘불이야!’ 아무리 소리쳐도 놀고 있는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폭염경보를 접하면서 ‘화택’ 비유를 떠올렸다. 물론 불난 집은 지구이고, 아이들은 우리 인간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다. 집은 불타고 있는데 집안의 아이들은 왜 딴짓만 하고 있을까. 화택! 나는 최근 몇 년간 생태 환경문제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화가들과의 창작방법론 모임을 이끌면서 생태 환경문제를 주제로 삼았다…’
이 후기글은 그가 시집이 지향하는 바를 밝힌 부분이다. 단연 눈에 띄는 단어는 화택이다. 불교에서 차용한 말인데 낯설다. 그는 그만큼 종교적 신성성 안에서 이판사판의 오늘날 세속, 이를테면 세상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말이다. 주인공은 국내 대표 비엔날레로 평가받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수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윤범모 대표이사가 그다. 윤 대표는 요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으로 고심이 깊은 모양이다. 광주미술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데 의도와는 달리 이런 저런 오해에 휘말리기도 했는 모양이다.
붉은 말의 해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준비에 착수, 짧은 기간 안에 성과라면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이어서 저술의 힘을 보여주기도 딱히 어려운 형편이다. 윤 대표는 미술계에서 평론분야로는 독보적 자기세계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대다수 미술평론을 등단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것이 많은 현실에서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으로 그 실력을 입증받은 바 있다.
그는 대학교수로 재직했고, 미술비평집 ‘한국미술론’과 ‘현대미술관장의 수첩’, ‘미술의 전통과 시대정신’ 등 수많은 책들을 펴냈다. 그러나 그의 이력 중 단연 돋보이는 직함은 시인이다. 미술계에서 접한 사람들은 그가 미술대 교수, 미술비평가, 미술사학자 등으로만 알고 있을 터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2008년 ‘시와 시학’으로 시단에 등단한 현역 시인이다.
올들어 그는 두권의 책을 펴냈다. 올 2월에 ‘미술의 전통과 시대정신’을 펴낸데 이어 폭염시대의 불난 집과 멸종위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시집 ‘화택 火宅’을 예술시대에서 촤근 펴냈다. 시집 ‘화택 火宅’은 ‘멀고 먼 해우소’, ‘토함산 석굴암’, ‘바람 미술관’ 등에 이어 네번째 작품집이다. 시선집 ‘파도야, 미안하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시단에서 보기 드문 생태문학적 실험의 성과이자 단순한 서정의 울림을 넘어,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라는 인류의 현안에 시적 언어로 응답한다는 평이다..
시인은 순전히 생태환경의 입장에서 생명체에 인격을 부여하는 듯하다. 잡초와 나무, 동물, 꽃 같은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한편, 폭염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등 기후재앙의 키워드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면서 인간의 죄명을 폭로하는 시상을 발현한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맞선 생명 공동체의 발언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은 제4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한 시 100여편이 수록됐다.
제1부 ‘잡초 유시’에서는 억눌린 식물들의 독백을 통해 인간 문명의 오만을 고발하고, 제2부 ‘멸종위기’에서는 호랑이와 여우, 수달, 나비와 꽃까지 멸종위기 생명들의 장송곡을 노래한다. 이어 제3부 ‘화택’에서는 폭염, 온난화, 플라스틱, 패스트 패션 등 기후 재앙의 키워드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며 인간의 죄명을 폭로하고 있다. 마지막 제4부 ‘백척간두’에서는 벼랑 끝에 선 인간 존재의 자기성찰을 망라해 시집 전체를 윤리적 물음으로 귀결시킨다.
그의 시집 ‘화택’은 우리 시대의 시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문명 비판적 증언이자 생태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불타는 집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저자 후기에서 이 시집의 향방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불경에 화택火宅 비유가 있다. ‘불난 집’.집은 활활 불타고 있는데 집안의 아이들은 놀이에 정신 팔려 밖으로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밖에서 ‘불이야!’ 아무리 소리쳐도 놀고 있는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폭염경보를 접하면서 ‘화택’ 비유를 떠올렸다. 물론 불난 집은 지구이고, 아이들은 우리 인간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다. 집은 불타고 있는데 집안의 아이들은 왜 딴짓만 하고 있을까. 화택! 나는 최근 몇 년간 생태 환경문제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화가들과의 창작방법론 모임을 이끌면서 생태 환경문제를 주제로 삼았다…’
이 후기글은 그가 시집이 지향하는 바를 밝힌 부분이다. 단연 눈에 띄는 단어는 화택이다. 불교에서 차용한 말인데 낯설다. 그는 그만큼 종교적 신성성 안에서 이판사판의 오늘날 세속, 이를테면 세상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말이다. 주인공은 국내 대표 비엔날레로 평가받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수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윤범모 대표이사가 그다. 윤 대표는 요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으로 고심이 깊은 모양이다. 광주미술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데 의도와는 달리 이런 저런 오해에 휘말리기도 했는 모양이다.
붉은 말의 해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준비에 착수, 짧은 기간 안에 성과라면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이어서 저술의 힘을 보여주기도 딱히 어려운 형편이다. 윤 대표는 미술계에서 평론분야로는 독보적 자기세계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대다수 미술평론을 등단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것이 많은 현실에서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으로 그 실력을 입증받은 바 있다.

윤범모 대표이사
올들어 그는 두권의 책을 펴냈다. 올 2월에 ‘미술의 전통과 시대정신’을 펴낸데 이어 폭염시대의 불난 집과 멸종위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시집 ‘화택 火宅’을 예술시대에서 촤근 펴냈다. 시집 ‘화택 火宅’은 ‘멀고 먼 해우소’, ‘토함산 석굴암’, ‘바람 미술관’ 등에 이어 네번째 작품집이다. 시선집 ‘파도야, 미안하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시단에서 보기 드문 생태문학적 실험의 성과이자 단순한 서정의 울림을 넘어,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라는 인류의 현안에 시적 언어로 응답한다는 평이다..
시인은 순전히 생태환경의 입장에서 생명체에 인격을 부여하는 듯하다. 잡초와 나무, 동물, 꽃 같은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한편, 폭염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등 기후재앙의 키워드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면서 인간의 죄명을 폭로하는 시상을 발현한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맞선 생명 공동체의 발언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은 제4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한 시 100여편이 수록됐다.
제1부 ‘잡초 유시’에서는 억눌린 식물들의 독백을 통해 인간 문명의 오만을 고발하고, 제2부 ‘멸종위기’에서는 호랑이와 여우, 수달, 나비와 꽃까지 멸종위기 생명들의 장송곡을 노래한다. 이어 제3부 ‘화택’에서는 폭염, 온난화, 플라스틱, 패스트 패션 등 기후 재앙의 키워드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며 인간의 죄명을 폭로하고 있다. 마지막 제4부 ‘백척간두’에서는 벼랑 끝에 선 인간 존재의 자기성찰을 망라해 시집 전체를 윤리적 물음으로 귀결시킨다.
그의 시집 ‘화택’은 우리 시대의 시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문명 비판적 증언이자 생태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불타는 집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