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소비자 2차 피해 ‘포비아’
통신사·금융기관 이어 온라인 쇼핑몰까지 피해 확산
늑장·안일 대응에 회원 탈퇴 속출·집단소송 움직임도
입력 : 2025. 12. 01(월)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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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주부 A씨는 최근 가입했던 쇼핑몰·포털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쿠팡을 비롯해 통신사 등의 해킹사고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는 “쿠팡뿐 아니라 통신사에서도 개인정보가 계속 새어 나온다고 하니 어느 플랫폼도 믿을 수 없다”며 “혹시 내 정보도 이미 유출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 30대 남성 B씨는 최근 쿠팡 고객센터에 항의전화를 걸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했지만 쿠팡에서는 이렇다 할 안내나 양해를 구하는 연락을 받지 못해서다. 고객센터도 사과 한 마디 없이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모습에 B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잇따른 해킹사고로 광주·전남 지역민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대형 통신사와 금융기관에 이어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에서도 고객 정보가 유출되자 시민들은 “이제는 어떤 플랫폼도 믿을 수 없다”며 스스로 개인정보를 지우고 결제 정보를 차단하는 등 방어에 나서는 분위기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최근 쿠팡에서 고객 계정 3370만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유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규모는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8억원)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뛰어넘는 규모로 추정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통신,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지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광산구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정지민씨(28)는 쿠팡 와우 멤버십을 탈퇴하고 ‘로켓배송’으로 배송 예정이던 식료품 주문도 취소했다.

정씨는 “내 정보가 어디에서 어떻게 새어 나간 건지 알 길이 없다. 일단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삭제부터 하고 봤다”며 “2차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쿠팡의 늑장 대응과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는 안일한 태도에 분노했다.

최수지씨(40·여)는 “유출이 5개월 전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미 내 정보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쿠팡 홈페이지에도 관련 안내 등이 전혀 없고 문자 한 통만 달랑 보내왔다. 이게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 할 수 있는 대응인가 싶다”고 한탄했다.

특히 통신사·금융사·쇼핑몰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해킹과 정보 유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상시 위험’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휴대전화 개통 시 등록한 개인정보와 은행·카드 등 금융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쇼핑·배달·택배 서비스에 저장된 이름·주소·구매 패턴까지 털리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보이스피싱 의심전화가 갑자기 늘었다’는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정보 당국은 사고 경위 확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보안 강화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실제로 당국 발표와 달리 해킹 피해 알림이 제때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많고, 기업의 사과 공지 또한 이메일 한 통이나 ‘앱 팝업’ 수준에 그치는 등 형식적 대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단체 소송 준비’라는 이름의 한 오픈 채팅방에는 30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모였다. 수천 명이 넘게 가입한 단체 소송 카페에서는 집단 소송에 참여한다는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편 고객정보 유출 피해 예방을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출처 불명 URL 클릭 금지 △의심 사이트 주소는 정상 사이트와 비교 △개인정보는 반드시 신뢰된 사이트에만 입력 △결제 인증번호는 재확인 후 입력할 것을 권고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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