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 참여형 자원순환, 골목에서 지구까지
김정애 광주 동구 경제환경국장
입력 : 2025. 11. 19(수)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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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광주 동구 경제환경국장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 과제가 아니다.

짧아진 봄과 가을,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예측하기 힘든 이상기후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시대적 목표로 내세웠고,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시민의 생활 속 실천과 기술의 결합이 있을 때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동구의 자원순환 정책은 이점에서 상징적이다. AI와 주민 참여를 결합해 생활 속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며, 탄소중립 실천을 현실화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는 모든 지역사회의 공통적인 숙제다.

구도심 단독주택이나 좁은 골목에서는 불법투기와 장기 방치로 몸살을 앓고, 청소차가 제때 들어오지 못하거나 수거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갈등이 발생한다. 행정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응해 동구가 개발한 주민주도형 자원순환 플랫폼 ‘동구라미 온’은 신고(10포인트), 처리(100포인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불법투기 수천 건이 주민 손으로 처리됐으며, 행정 비용은 98% 이상 절감됐다.

작은 참여가 모여 공동체 전체의 비용을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술혁신도 함께한다. AI 종량제 배출함은 머신러닝으로 규격 봉투만 인식하고 투입구를 열며, CCTV와 보안등으로 불법투기 방지와 골목 안전까지 지킨다.

태양광 패널 설치로 에너지 소비도 최소화했다. 행정에는 도시미관 개선과 불법투기 감소 효과를, 주민에는 거점화된 배출 공간을 제공하며 생활 속 문제 해결의 스마트 솔루션 역할을 한다. 현재 기기 경량화·단가 절감·디자인 개선을 추진하며 확대 설치를 준비 중이다.

청소차 도착정보 서비스도 혁신적이다. 앱에서 청소차 도착 시간을 확인해 제때 배출할 수 있어 갈등과 악취, 동물 훼손 문제를 줄였다.

AI와 데이터가 일상의 불편을 줄이고 이웃 간 관계 개선까지 돕는 셈이다. 생활문화 혁신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자원순환 정책은 사회적 가치로 확장된다. 카페·노인 일자리·자원순환 플랫폼이 연결된 종이팩 회수 모델이 대표적이다.

카페가 종이팩을 별도로 배출하고, 어르신들이 수거해 친환경자원순환센터로 전달한다.

카페는 포인트 보상을 받는다. 6개월 만에 종이팩 10만여 장을 회수하며 회수율을 전년 대비 700% 이상 끌어올렸다. 어르신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카페에는 정책 참여의 보람이 주어졌다.

정책 확산을 위해 행정 지원도 필수적이다.

친환경자원순환센터를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환경교육, 수리·수선 교육, 다양한 생활실험이 진행되며, 실천이 확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정책은 전국적으로 인정받았다. 2025 정부혁신 최고 선정, AI 서비스 리더상, 제33회 환경대상,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환경부 장관상 등 다수 수상했고, 40여개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으며 국제환경박람회에서도 소개됐다.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주민 인식 변화다.

불법투기를 신고하고 치우는 주민, 종이팩을 모으는 어르신, 앱을 활용해 생활습관을 바꾸는 청소년 등 마을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돼 참여하며 지역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AI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면, 주민 실천은 그것을 ‘문화’로 바꾸고 있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같은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이 사례는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AI는 주민 곁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은 작은 실천으로 그 힘을 완성한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변화가 도시 전체, 국가, 지구의 미래로 확산될 수 있다.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정책은 단순한 쓰레기 문제 해결을 넘어,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순환경제의 미래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길이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 혁신이 도시와 국가, 지구의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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