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16회 광주국제아트페어 성료에 부쳐
―지역의 힘으로 세계로, 예술시장의 선순환을 향하여
김규형 아트광주 사무국장
입력 : 2025. 11. 06(목)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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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형 아트광주 사무국장
4일간 김대중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광주문화재단 주관 제16회 광주국제아트페어 ‘아트광주’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알렸다. 11개국 94개 갤러리가 105개 부스에서 약 4400점의 작품을 선보였고, 2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개막 첫날부터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며 광주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아트광주는 ‘아시아 중심 아트페어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명칭에서 숫자를 뺀 ‘광주국제아트페어(이하 아트광주)’로 리브랜딩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일회성 행사를 넘어 장기적 방향성과 국제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였다. 경기 침체로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아트광주는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아가는 ‘로컬에서 글로벌로(Local to Global)’의 비전을 구체화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장 주력한 부분은 관람객 확대였다. 온라인 예매 채널을 기존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려, 이용자가 많은 ‘놀티켓’과 문화예술 애호가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99티켓(널위한문화예술)’을 함께 운영하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공격적으로 운영해 역대 가장 많은 게시물을 게재하고, 영상과 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사전 예매자와 유료 입장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가족 단위 관람객과 20~30대 젊은 세대의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미술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여러 지역의 중소 아트페어들이 갤러리 모집에 어려움을 겪거나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도, 아트광주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역 아트페어 중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꾸준히 유치한 사례는 드물다. 이는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일관된 기획과 운영을 통해 일궈낸 성과라 할 수 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의 기반도 강화되었다. 세 가지 특별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아트페어의 품격을 높였다. ‘거장의 숨결’, ‘프로포즈’, ‘라이징스타’전을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뿌리와 동시대 미술시장, 지역 미술의 미래를 아울러 제시했다. 또한 로비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월은 후원단체의 브랜드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상생형 플랫폼’으로, 회화 중심 전시를 디지털 매체로 확장했다.

특히 올해는 지역 갤러리 참여가 전년 32곳에서 45곳으로 20% 증가하며, 지역 미술계의 회복력과 자생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독일·몽골·스페인·미국 등 해외 도시에서 열린 연계 전시가 판매와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며, 지역 미술이 세계 무대와 직접 호흡하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저변 확대와 관람층의 확산은 국내 미술시장의 약세 속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가와 중저가 작품 간 소비 양극화가 여전히 뚜렷하지만, 첫 구매 중심의 젊은 관람객이 늘어난 것은 시장 저변 확대의 긍정적 신호다. 이러한 변화는 단발적 성과라기보다, 코로나 이후 꾸준히 기반을 다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시적인 흥행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한 ‘광주형 아트페어 모델’의 정립이 중요하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연결된 환경에서 단순히 다른 대형 아트페어를 벤치마킹 하기보다, 지역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 발전을 통해 향후 국내외 대형 갤러리의 가 찾아오는 아트페어로 참여와 협력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한 해의 결과를 넘어 광주 미술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는 변곡점이다. 아트광주는 광주문화재단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지역 미술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도 단기적 지표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 방향성과 일관된 비전을 바탕으로 지역 미술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예술의 힘으로 시대의 정신을 품어온 도시, 광주. 아트광주는 그 전통 위에 새로운 비전을 더하며,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여정을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갈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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