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리뷰] 박혜강 소설가 1주기 맞아
추모보다 더 빨리 잊히는 현실 아쉬워
문병란 선생·주영국 시인 등 기일 잇따라
입력 : 2025. 10. 14(화)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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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처럼’ 1권 표지
‘운주’ 1권 표지
예술가의 별세 후 당사자는 떠나지만 그가 생전 창작했던 예술작품은 우리들 곁에 남는다.

지난달 25일은 민중시인으로 질곡의 한 시대 투사의 삶을 마다하지 않았던 문병란 시인(전 조선대 교수·1935∼2015)의 10주기였다. 다행히 그를 기리는 두 권의 책이 발간돼 그나마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릴 수 있었다. 하나는 광주 동구 지원으로 발간된 ‘광주, 너는 오월의 휘앙세’(심미안 刊)이고, 또 하나는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회장 이명한)이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낸 추모 시선집 ’직녀에게‘였다. ‘광주, 너는 오월의 휘앙세’는 광주 시민이 애송하는 100편의 시를 담아 묶은 것으로, 박노식 시인의 총괄기획으로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어 시선집 ’직녀에게‘는 순수하게 관의 도움없이 민간 영역에서 십시일반 봉사의 마음으로 동참해 천신만고 끝에 10주기에 맞춰 나올 수 있었다. 기념사업회 체계가 단단하게 갖춰지지 못하다보니 이사급 멤버 몇몇이 시인의 추천을 받고, 원고를 찾아 대조하고 문단 여러 명으로부터 시 10편씩을 추천받아 60편을 추려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심지어는 대학 도서관에서 문병란 시인의 작품집을 모두 대출받아 직접 타이핑하고 일일이 대조작업을 하면서 세 달만에 60편의 정리작업을 거치는 등 순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예술가의 몇 주기, 몇 주기 행사라고들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 등으로 인해 뜻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병란 시인의 경우 송기숙 소설가 및 원로소설가 이명한 회장과 함께 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의(현 광주전남작가회의) 태동의 산파역할을 했던 분이다. 1970년대와 1990년대 민중문학이나 민주운동, 노동운동 활동을 했던 당사자들이라면 문병란 시인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현재도 문화예술판에 많다. 원래 문병란 시인의 10주기는 올해 연초 작가회의와 여러 선배들이 제안해 구색을 갖춘 10주기 추모행사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저마다 분주한 일상 속 삶을 사느라 시인의 10주기 추모행사를 범문단의 지원 아래 만들지는 못했다. 문 시인의 10주기는 여러 아쉬움 속에 추모시선집과 애송시집을 그나마 펴낼 수 있어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문 시인에 이어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주영국 시인의 제3주기(10.16)에 앞서 유고시집인 ‘구름 사내’가 선보인 바 있어 의미를 더했다.

14일은 또 진보진영의 작가 한 분의 추모 주기였다. 당사자는 전남 광양 출생 소설가 박혜강 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이다. 박 소설가는 지난해 10월 14일 향년 69세로 별세했었다. 14일이 1주기였던 것이다. 박 소설가는 조선대를 졸업한 뒤 대한석탄공사에 재직하다 글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한 뒤 19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 제2집에 중편소설 ‘검은 화산’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생전 장편 ‘젊은 혁명가의 초상’을 비롯해 ‘검은 노을’, ‘다시 불러보는 그대 이름’, ‘안개산 바람들’(上·下), ‘운주’(전 5권), ‘도선비기’(2권), ‘조선의 선비들’(2권), ‘매천 황현’(2권), ‘꽃잎처럼’(전 5권) 등을 남겼다. 19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의 영예를 안았고,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검은 노을’은 사회 변혁의 세계관에 기초해 현실의 모순을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생전 박 소설가는 본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도 몇 차례 맡았었다.
박 소설가는 지역에 줄곧 머물며 전업 소설가로 꾸준하게 활동을 펼친 문인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1주기 추모행사가 크든, 작든 문단에서 들려오기를 바랐지만 그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안타깝다. 예술가는 떠나지만 그의 작품은 남는다. 하지만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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