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고속도로로 시작되는 전남의 새로운 도약
김영선 전남연구원장
입력 : 2025. 09. 08(월)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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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남연구원장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8월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지난 30년간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의 정체성을 흔든 PBS(Project-Based System, 연구과제중심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출연이 과제를 수주해 충당하던 인건비·연구비를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직접 수주하지 않더라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 주겠다는 취지다.

PBS는 연구자가 연구과제 직접 수주를 통해 연구비와 인건비를 확보함과 동시에 연구자의 자율성 향상·연구 생산성 제고를 위해 1996년 도입됐다. 경쟁을 통해 연구성과를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과제보다는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에만 집중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꾸준히 폐지 요구가 잇따랐다.

오히려 PBS가 시행되기 전인 1980년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전전자(全電子)교환기 개발(TDX 개발 프로젝트)은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자립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됨으로써 세계를 선도하는 IT·통신산업의 오늘이 있게 한 단초가 됐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인공지능(AI) 시대 통신 트래픽 급증에 대비해 국가 통신망의 근간이자 통신 분야의 고속도로로 비유되는 ‘백본망(기간망)’ 수용 용량을 현재 2.4Tbps(초당 테라비트)에서 2030년까지 10Tbps로 4배 이상 확대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계획으로, 컴퓨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네트워크 혁신과 기술 국산화 방안도 함께 마련 중이라 전해졌다.

국가 정보통신망이 국내에 있는 모든 도로에 해당한다면 백본망은 주요 고속도로처럼 망의 주축(백본)이 되는 역할로써 대용량 데이터 전송의 기반이 된다.

지금의 AI 기술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는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트래픽 증가가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있으나, 로봇·자율주행차 등 산업분야 도입 및 일상 분야를 포함한 인공지능 전환(AX)이 가속화될 경우 엄청난 트래픽 급증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표적 금융회사는 AI 산업으로 인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2023년 3Twh에서 2030년 652T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우리 정부 또한 이르면 2033년 통신량이 2023년의 4∼9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본망 증설을 포함한 네트워크 기술 혁신, 국산화 등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AI 연산 작업시 소요되는 GPU 등 컴퓨팅 자원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점진적으로 자원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바, 우리에겐 커다란 잇점이 될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금 한쪽은 재생에너지가 남아돌고, 다른 한쪽은 부족하다”며 “송전 인프라 확충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지에 수요처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비효율성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서남권 등 지역에 첨단산업을 유치해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RE100 산단 조성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실현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에너지 관련 첨단기술을 활용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및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증대를 위해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또한 전남·제주 등 남부권에 집중된 태양광·해상풍력 에너지원을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겠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2040년까지 인천 앞바다부터 서남해, 남해안, 경북 동해안을 잇는 한반도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라 한다. 특히 지역 나아가 국가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은 사업비만 약 10조~11조원에 달하며, 완공 시점도 2030년 1단계 구간을 완공하는 것으로 목표가 앞당겨져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서해안을 시작으로 해저 케이블을 통해 남해안과 동해안까지 HVDC(High-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 전력망을 확충해 ‘U자형’ 전력 인프라망을 구축한다고 하니, 내심 글로벌 에너지 거점으로서 전남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전남 도민으로서 전남에서 시작된 햇빛연금, 바람연금 또한 머지않아 국민주권시대가 실현되는 시발점이 되리란 희망과 자부심에 사뭇 설레임이 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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