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어요"…폭염과 사투 벌이는 노숙인들
광주버스터미널·남광주시장 등서 생활…위험 노출
광주다시서기지원센터, 8월까지 혹서기 집중 활동
광주다시서기지원센터, 8월까지 혹서기 집중 활동
입력 : 2025. 07. 06(일) 17:51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지난 4일 2인 1조로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노숙인 혹서기 집중 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2인 1조로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8월까지 ‘노숙인 혹서기 집중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이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 시선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외진 곳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지난 4일 오후 8시 광주시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노숙인 정모씨(64·여)는 건물 바깥 의자에 앉아 사람을 바라보거나 특정 지점을 물끄러미 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성이 고향인 정씨는 지난 3년 전부터 광천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는 “보성에서 친오빠, 친언니와 같이 살다가 짐이 될까 봐 광주로 향했다”며 “막상 올라오니 의지할 곳이 없어 사람이 많은 터미널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정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최근에는 지갑,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답답하다”며 “다행히 월·수·금요일 오전 10시 한 종교단체에서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최대 어려움은 무더위와 잠이다. 그 이유는 지난 3~4월 CGV광주터미널점, 유스퀘어 문화관이 운영을 중지하면서 마땅히 머물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새벽까지 영화관을 운영하다 보니 책상에 앉아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여의치가 않다”며 “1층 대합실에 앉아 있으면 경비원이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노숙인 40대 여성 A씨는 패딩, 장갑을 착용한 채 터미널 2층 광장에서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A씨는 “과거 피부미용·화장품 사업을 했는데 적자가 누적되면서 1년 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계속 흐르는 땀 때문에 사람이 없는 야간 시간대 화장실로 가 속옷, 양말을 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센터 입소도 생각해 봤지만 규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누군가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B씨(54)도 상황은 비슷했다.
쉼터, 공중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B씨는 가방, 침낭을 잃어버려 종이상자로 쪽잠을 청하고 있다.
B씨는 “나만의 장소에 소지품을 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치워버려 종이상자로 밤을 보내고 있다”며 “무더위를 피해 한낮에 만화방, 찜질방을 가기도 하지만 돈이 떨어지면 지하철역, 그늘진 곳을 이곳저곳 찾아다닌다. 밤에도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나온다”고 한탄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백지선·박준영 상담요원은 “날씨가 쌀쌀한 겨울보다는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열사병으로 고생하거나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노숙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숙인 20여명의 자활 의욕을 높이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2인 1조로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8월까지 ‘노숙인 혹서기 집중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노숙인이 머무는 주요 거점지역을 찾아 현장보호 활동과 식료품, 의류, 침낭 등을 제공한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