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이 경쟁력, 전남이 선도하는 연구실 안전 정책
오길영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악취관리과장
입력 : 2025. 05. 15(목) 16:16
오길영 악취관리과장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실험·연구실은 이러한 발전을 견인하는 중심에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와 화학물질, 생물학적 시료 등이 공존하는 연구실은 다양하고 치명적인 위험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어,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면서, 모든 산업현장에서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유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실은 여러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한동안 안전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연구실 사고는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연구기관과 연구자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기관인 산업안전보건청(OSHA)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 실험실 안전 표준’을 통해 연구실 안전을 통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화학물질 등록, 평가, 승인 및 제한(REACH)’ 규정을 통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안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연구실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2006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여 대학, 연구기관, 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실 안전을 체계적으로 점검·지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사고 장소를 연구실 내부는 물론이고 연구실 밖 연구 활동이 수행되는 공간까지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보험 보상기준을 최대 20억 원으로 상향하는 등 연구실 사고를 폭넓게 인정하고 금전적 피해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실 안전법에 따라 연구실 안전 대책을 수립·시행하면서 연구실 현장 지도·점검, 안전교육 확대 등 연구자 보호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연구실 안전사고는 총 838건으로, 연평균 약 280건의 사고에 230여 명의 연구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의학/생물, 화학/화공 등 유해 인자 노출도가 높은 고위험 연구실에서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비숙련 학생 연구원 등 20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안전 수칙 미준수, 보호장비 미착용, 장비의 오작동 등으로 연구자들이 연구실 안전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연구 활동은 과거에 비해 매우 복잡해지고 여러 분야가 협력하는 융복합적인 방식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예견하기 쉽지 않으며, 더군다나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고는 연구 활동 종사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연구 활동의 중단 및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연구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연구안전본부에 따르면, 국내 4532개 대학 등 연구기관이 있으며, 8만7618개 실험실, 128만9916명의 연구 활동 종사자가 연구실 안전법의 적용 대상이다. 전남에는 57개 연구기관, 2000여 실험실에 3만명 넘게 종사하고 있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연구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실험실의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규정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의무 사항의 철저한 이행은 물론 전 직원 참여하에 주기적으로 보완·개정하고 있다. 연구 활동 종사자는 연구 업무 투입 전은 물론 정기적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 사고를 유발하는 주원인인 ‘불완전 행동’을 줄이고 안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또한, 연구실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일상점검을 포함한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발견된 취약 분야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보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합동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 확보는 단순히 연구자 건강 확보와 피해구제를 넘어, 기술 패권 시대에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역량이다. 각 기관은 연구실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연구실 안전은 연구기관만의 노력이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식 제고와 협력이 필요하다. 연구실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시길 바라며,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안전한 연구환경을 구축하여 전라남도의 과학기술 발전과 지역 사회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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