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선 24일 앞두고 후보 강제교체 착수…정국파장 예측불허
‘후보 교체 절차 가처분 신청’ 족쇄 풀리자 재선출 절차 돌입
오늘 전당원 투표, 내일 전국위 의결하면 ‘기호 2번 한덕수’ 완료
金측 후보등록 강행 예고…당 직인날인 거부 맞서며 ‘옥새파동’ 재연 가능성
입력 : 2025. 05. 10(토) 08:09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서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0일 ‘기호 2번 한덕수 대선 후보’ 선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대선을 불과 24일 앞둔 시점에 옛 여당이자 원내 제2당이 대선 후보를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날까지 이틀에 걸쳐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사이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국민의힘은 이날 자정을 넘겨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며 ‘새로운 대통령 후보자 선출’ 관련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 절차에 착수했다.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라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했지만, 한 후보 지지도가 높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비대위 의결 등으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당헌 조항을 발동할 근거로 이 조사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까지 김 후보에 대한 후보 자격 취소부터 한 후보에 대한 후보 등록까지를 완료하고, 대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이 지나기 전에 전국위원회 의결로 한 후보를 김 후보 대신 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게 당의 현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도부가 추진한 ‘강제 단일화 로드맵’이 사실상 완성되는 것이다.

다만 김 후보가 이같은 후보 교체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 전후로 다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앞서 김 후보 측에서 지도부의 단일화 로드맵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중단’, ‘후보자 지위 확인’ 등 가처분 신청은 전날 모두 기각됐다.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향후 파장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후보등록 마감을 이틀 앞두고 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국위 개최까지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김 후보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단일화라는 점에서 당 내부에서도 무리한 후보 교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적 논쟁을 떠나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이런 문제의식과 우려도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도부도 ‘단일화 로드맵’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부심했다.

전날 심야에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대선 후보의 재선출 여부 결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전국위 개최에 앞서 이날 ‘한 후보로의 재선출 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는 것 등이 모두 이같은 조치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이를 위해 한 후보는 비대위 단계에서 후보 재선출의 건이 의결되는 대로 곧장 입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어서 경선 선관위와 비대위는 곧장 대선 후보 추가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한 후보를 단수로 추천·의결하며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에 따라 11일 열릴 전국위 의결은 당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전당대회 의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게 국민의힘의 해석이다. 한 후보는 전국위 의결을 마치는 대로 ‘기호 2번’을 부여받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변수는 김 후보 측이 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오전 선관위 후보 등록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종 실무협상 결렬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는 김문수다. 내일(10일) 아침에 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에서 후보 재선출 건이 의결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그 행위 자체가 명백히 불법적 행위이고 명백히 잘못된 행위인데 누가 인정하겠나”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 측에서는 당 사무처에 이날 오전까지 선관위 후보 등록을 위한 기탁금 및 대표 직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김 후보 측의 이 같은 요구에 일단 ‘무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난 2016년 전신 정당인 새누리당에서 총선 공천을 두고 벌어졌던 이른바 ‘옥새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양수 사무총장 겸 경선 선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 측의 직인 등 제출 요구와 관련해 “그건 누군가가 달라고 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 쓰려고 당에서 보관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선관위 후보 등록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미루어 짐작하시길 바란다”고만 답했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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