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뽕다리와 방직공장 역사문화관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입력 : 2024. 08. 22(목) 18:03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특별기고] ‘뽕뽕다리’를건너본적이있는가.50여년전,나는전남중학교를다녔다.

당시학교는무등경기장(지금의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야구장)과방직공장사이에있었다.방과후북성중학교앞에있는아세아극장에가거나독서실에갈때면방직공장앞천변을거쳤다.그러면서일부러뽕뽕다리위를걸어보기도했다.출렁거리고삐걱대는다리위에서약간의위험과함께장난기넘치는중학생의희열도느꼈다.구멍을통해아래를보면모래와잡초가가득한고수부지,그리고구불구불흐르는광주천의물….물은아주더러웠다.급격한산업화와달라진생활방식으로온갖폐수가여과되지않고그대로광주천으로흘러들었기때문이었다.여름철큰비가내려휩쓸고가면일시적으로깨끗한물이흘렀지만금세더러워지곤했다.

뽕뽕다리는광주천을건너서매일같이방직공장으로출근하는여성들의오솔길이었다.

그들은청춘의꿈을그뽕뽕다리에얹어놓고살았을것이다.여러가지이유로산업전선에뛰어들어한푼두푼알뜰하게모아고향집으로부치면서살았을여성근로자들,그들의꿈이거기에있었다.산업시설이별로없는광주에서지역경제발전의역군이었던고마운누이들,지금은70대가되어어디선가건강한노년을보내고있으리라.그추억의뽕뽕다리는내가몇차례걸어보았던그해에폭우에떠내려가고말았다.

그추억의다리는몇년전에재생됐다.그자리에현대판다리가만들어졌다.현재의뽕뽕다리는참멋지다.다만,지금것은옛모습에대한향수를불러일으키기보다는왠지모르게한발물러서서바라봐야할듯한예술작품느낌이다.

수많은사람의기억속에서아직도생생한전남방직,일신방직두공장이이제얼마안있어우리의기억저너머로사라진다.그곳에복합쇼핑몰이들어서기때문이다.쇼핑몰에대한의견이분분하다.

긍정적인측면에서는새로운일자리와관광객유치,그리고지역내소비증가와경제부문의활력등이다.부정적인측면에서는지역유통업의블랙홀이되어모든것을다빨아들일수도있다는것이다.

이러한우려를불식시키기위해서는역사문화시설이하나의해법이될수있다.광주시는이건설이아시아문화중심도시광주조성에부응할수있도록다각적인방법을모색중이라고한다.반가운소식이다.쇼핑몰개발사측도일부시설을리모델링하여역사문화관을세운다는것이다.쇼핑몰개발과정에경제적측면뿐만아니라문화예술측면까지도고려되는듯하여약간의안도감이든다.문화로재생되어긍정의에너지를뿜어내는,문화경제가어우러진쇼핑몰이되었으면한다.

방직공장역사문화관은과거를보존하고보여주기만하는수준을넘어서야한다.과거와현재에대한평가및미래를위한교육,더나아가문화·예술분야에서도중요한역할을맡아야한다.

그러려면단순히방직산업의역사뿐만아니라광주의역사·문화기록도함께담아야한다.쇼핑을끝내고역사문화관에들러서잠깐의여유를얻고,몰밖으로나가면현대판뽕뽕다리를건너발산마을쪽으로걸어서탐방하고,양동시장에이르러전통시장관광·쇼핑까지이어지는흥미로운코스가되면좋겠다.

이번여름에나는자주아시아문화전당ACC도서관에들렀다.넓은도서관에젊은이들을중심으로해서수많은사람이왕래하는모습을보며마음이절로흐뭇했었다.그러듯,방직공장역사문화관에도쇼핑몰방문객이상으로많은사람이오가는그림을그려본다.꿈일까?

역사문화관은방직산업의자료와유물을체계적으로보존하고이를토대로역사교육,강연,워크숍등의프로그램등이진행될것이다.

방문객들에게광주라는도시를알리는홍보의장역할을할것이고방직체험역시사랑을독차지할것같다.경제적이익과함께문화적가치가동시에추구되는방직공장역사문화관프로젝트가소상공인의애환을조금이라도보듬고,중소상인의어려움을덜어내는작용을했으면한다.

그래야대동정신을품고있는아시아문화중심도시광주의내일이더욱밝아질것이다.그렇게된다면아름다운현대판뽕뽕다리위에서서발산마을꼭대기너머파란하늘을바라보며그속에있는무지개를보는사람들이많아지리라.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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