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도시 광주의 창조적 발상
장현정 광주시 회계과장
입력 : 2024. 06. 17(월) 09:36
장현정 광주시 회계과장
[기고] #‘아고라’ 유럽의 광장

‘아고라(Agor)’는 초기 그리스 시대에(BC 900-700년 경) 도시들에 있었던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는 광장을 뜻하며 “열린 회의 장소”를 말한다. ‘아고라’는 시민들이 모여 시민활동을 하는 중심지였으며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시민 참여 정치의 흔적이다.

중세 이후 유럽의 광장은 각종 종교행사나 국가행사를 거행하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이것이 유럽의 도시에 광장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최초 도시를 건설할 때 광장을 먼저 구성하고 도시를 개발하는 도시개발의 기초이고 중심이 되었다.

이처럼 유럽에서 광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으며 유럽의 대도시에서 반드시 광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유럽의 광장 문화는 발전하여 현대에 와서는 많은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유럽의 유명한 광장으로는 로마의 스페인 광장과 베네치아 광장, 파리의 앞마당인 콩코드 광장,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과 마욜라 광장, 그리고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등이 있으며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광장을 우리는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방문한다.



#자이미 레르네르의 ‘도시침술’

도시침술이란, 침술이 신체 곳곳에 최소한의 자극을 주어 건강을 회복시키듯 도시에도 최소한으로 개입해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도시설계를 뜻한다,

도시침술이란 개념을 만든 자이미 레르네르(브라질 꾸리찌바 시장 역임)는 도시침술이란 가시적인 공간변화부터 일시적인 풍경 연출, 태도나 의식 변화, 작은 실천에 이르기까지 도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모든 실천을 망라한다.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특별한 기억을 담은 공원 벤치 같은 작은 요소를 통해 도시를 안전하고, 경제가 살아나고, 인간미 넘치는 방향으로 바꾸는 최소한의 개입이 도시침술인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도시침술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도시를 살리므로 예산도 많이 들지 않지만 무엇보다 개발이 아니라 재생이라는 지금 시대의 가치와 부합한다.



#도시침술을 청사에 적용시킨 창조적 발상

광주시는 유럽의 광장을 꿈꾸며 도시침술을 청사에 적용하는 창조적 발상을 시도하였다.

그것은 바로 비움과 개방이었다.

시는 공공청사의 공간을 시민을 위한 광장이라는 특별한 장소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비움’과 ‘개방’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시작으로 ‘열린청사’ 리모델링 조성 공사를 최근 완료하였다.

‘시민이 머무르고 싶은 열린 청사’를 슬로건으로 지난 22년도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열린 청사 조성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방재정의 숲 조성 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를 확보해 재원을 마련했다. 광주시청이 상무지구에 신청사를 개청한지 20년만에 ‘광장’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청사 내부는 시민 이용도가 낮은 행정 편의시설을 과감히 ‘비움’을 통해 벌집테마공간, 중앙 다목적공간, 계단형 쉼터공간 등 다양한 시민편의공간을 조성하여 단순히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머무르고, 함께 모이는 광장이라는 장소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기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이룸카페를 이전하여 접근성을 높여주고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종이컵이 없는 친환경 무인카페를 설치하여 사회적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하였다.

또한, 외부 공간은 시민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청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 위하여 기존의 플랜트 박스 11개와 격자형 보도, 지장물을 철거해 보행 편의를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하여 열린광장으로 조성했다.

소나무숲의 노후화한 휴게시설을 정비해 시민 누구나 머무를 수 있는 쉼터로 가꾸고, 장미원에는 장미터널과 포토존 등을 추가로 설치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5월 25일 ‘시민의 날’ 기념행사에 맞추어 공사를 완료하였고 ‘광주만세’를 주제로 한 ‘제59회 광주시민의 날’ 행사는 수많은 광주시민이 시청 내·외부 광장에 모여 즐기고 체험하는 성대한 축제의 장으로 꾸려졌다.

외부 잔디광장은 소풍 온 듯한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고 직접 텐트와 의자 먹거리들을 챙겨온 시민들은 잔디광장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며 가족과 추억을 쌓았다.

청사 1층 시민홀에서 열린 플리마켓과 정책평가박람회를 비롯해 야외음악당에서 진행한 푸드트럭이 인기를 끌었으며 무대에서 진행된 기념식과 각종 공연 행사는 시민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 어느 시민의 날 행사 중에서도 단연 손꼽을 만한 성대한 행사였다.

매년 개최되는 어린이날 축제와 도서관 문화마당 행사뿐 아니라 오는 9월에는 건축도시문화제가 10월에는 김치축제,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계획되어있다.

공공청사는 단순히 행정업무를 위한 공간을 넘어서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활동을 수용하며 다양한 사회적 접촉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 공간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광주시청은 지역의 대표성, 역사성, 상징성을 가지고 시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휴식·문화적 활동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시청이란 공간이 우리 시민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터전으로 변화한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거듭난 열린 청사를 주무대로 시민을 위한 여러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며 행정기관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과 소통을 통하여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노력할 것이다.

광주 시민과 관광객, 광주를 찾는 모든 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광장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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