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 읽기]‘공구벨트세대’를 아시나요
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입력 : 2024. 04. 22(월) 10:35

#1
‘공구벨트 세대’는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이 만든 신조어로 ‘진학이냐, 직업이냐’ 기로에서 대학보다는 기술직 취업을 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WSJ은 지난 3월 ‘Z세대는 어떻게 ’공구 벨트 세대가 되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20대, 이른바 Z세대들이 대표적인 3D 업종이라고 알려진 ‘용접’ 같은 기술직을 선택하고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구벨트는 각종 공구를 매달 수 있게 만든 허리띠를 뜻한다.
이는 건설직종이 다른 직종보다 임금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건설직 신입 직원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 8089달러(약 6600여만원)인 반면 같은 기간 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 종사자의 연봉은 1년 전보다 2.7% 오른 3만 9520달러(약 5400여만원) 였다. 건설직 신입사원 연봉 중간값도 지난 2019년부터는 회계사,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연간 수천만원이 넘는 대학 학위 취득 비용에 비해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더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2010년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미국의 직업학교 등록생은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이는 통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 기술 직종 종사자가 많았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숙련공이 부족해지고 AI(인공지능)가 온라인 등 화이트 칼러 직종은 대체할 수 있지만 육체노동 등 블루칼러 직종은 살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2.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킹산직’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왕을 뜻하는 킹과 생산직의 합성어로 업계 최고 임금과 복지를 자랑하는 현대차그룹 기술직군을 부르는 별칭이다.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현대차 그룹의 현대차가 지난해 말 실시한 400명의 생산직 공개채용에 수 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킹산직’이란 말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 이들 지원자중에는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사무직 직원부터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린 공기업 직원, 7~9급 공무원까지 줄줄이 지원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물론 이같은 ‘킹산직’현상은 지금도 특성화고 등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 기술직군에 한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격무에 시달릴 바에야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며 생산직이나 기술직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유튜브에도 도배나 배관, 인테리어 시공·철거 기술 등을 익혀 월 500만~10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인증하는 2030 기술자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폴리텍대학에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을 못한 대졸자나 중소기업 사무직에 취업했다 근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한 청년층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대세는 아니지만 승진·출세보다는 연봉·워라밸이 최고라는 젊은 층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얘기다
#3.
신조어는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말, 또는 기존에 있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말을 뜻한다. 이 말이 널리 쓰이려면 그만큼 그 시대의 화두를 담고 있거나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조어는 시대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불린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암울한 경제상황을 드러낸 신조어가 등장했다.
외환위기후 실업과 구조조정이 화두였을 때는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56세까지 남아있으면 도둑놈이라는 뜻의 ‘오륙도’ 등 자조섞인 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에는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등 청년들의 고달픈 취업난을 대변하는 말들이 나왔다. 또 세계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2010년대 말에는 연애와 결혼, 출산,내집마련ㆍ인간관계ㆍ꿈ㆍ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가, 코로나 시국에는 일자리가 없어 돈을 빌려놓고 갚지 못하는 20대가 늘고 있는 현실을 빗대 ‘청년’에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자를 딴 단어인 ‘청년실신’ 등이 만들어졌다.
나락에 빠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아져 ‘모든 생산직이 킹산직’이라든 지 ‘공구벨트세대가 대세’라는 희망적인 신조어가 우리에게도 회자되길 기대한다.
‘공구벨트 세대’는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이 만든 신조어로 ‘진학이냐, 직업이냐’ 기로에서 대학보다는 기술직 취업을 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WSJ은 지난 3월 ‘Z세대는 어떻게 ’공구 벨트 세대가 되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20대, 이른바 Z세대들이 대표적인 3D 업종이라고 알려진 ‘용접’ 같은 기술직을 선택하고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구벨트는 각종 공구를 매달 수 있게 만든 허리띠를 뜻한다.
이는 건설직종이 다른 직종보다 임금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건설직 신입 직원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 8089달러(약 6600여만원)인 반면 같은 기간 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 종사자의 연봉은 1년 전보다 2.7% 오른 3만 9520달러(약 5400여만원) 였다. 건설직 신입사원 연봉 중간값도 지난 2019년부터는 회계사,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연간 수천만원이 넘는 대학 학위 취득 비용에 비해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더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2010년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미국의 직업학교 등록생은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이는 통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 기술 직종 종사자가 많았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숙련공이 부족해지고 AI(인공지능)가 온라인 등 화이트 칼러 직종은 대체할 수 있지만 육체노동 등 블루칼러 직종은 살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2.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킹산직’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왕을 뜻하는 킹과 생산직의 합성어로 업계 최고 임금과 복지를 자랑하는 현대차그룹 기술직군을 부르는 별칭이다.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현대차 그룹의 현대차가 지난해 말 실시한 400명의 생산직 공개채용에 수 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킹산직’이란 말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 이들 지원자중에는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사무직 직원부터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린 공기업 직원, 7~9급 공무원까지 줄줄이 지원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물론 이같은 ‘킹산직’현상은 지금도 특성화고 등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 기술직군에 한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격무에 시달릴 바에야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며 생산직이나 기술직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유튜브에도 도배나 배관, 인테리어 시공·철거 기술 등을 익혀 월 500만~10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인증하는 2030 기술자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폴리텍대학에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을 못한 대졸자나 중소기업 사무직에 취업했다 근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한 청년층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대세는 아니지만 승진·출세보다는 연봉·워라밸이 최고라는 젊은 층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얘기다
#3.
신조어는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말, 또는 기존에 있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말을 뜻한다. 이 말이 널리 쓰이려면 그만큼 그 시대의 화두를 담고 있거나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조어는 시대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불린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암울한 경제상황을 드러낸 신조어가 등장했다.
외환위기후 실업과 구조조정이 화두였을 때는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56세까지 남아있으면 도둑놈이라는 뜻의 ‘오륙도’ 등 자조섞인 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에는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등 청년들의 고달픈 취업난을 대변하는 말들이 나왔다. 또 세계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2010년대 말에는 연애와 결혼, 출산,내집마련ㆍ인간관계ㆍ꿈ㆍ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가, 코로나 시국에는 일자리가 없어 돈을 빌려놓고 갚지 못하는 20대가 늘고 있는 현실을 빗대 ‘청년’에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자를 딴 단어인 ‘청년실신’ 등이 만들어졌다.
나락에 빠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아져 ‘모든 생산직이 킹산직’이라든 지 ‘공구벨트세대가 대세’라는 희망적인 신조어가 우리에게도 회자되길 기대한다.
광남일보 김상훈기자 @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