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가
송채은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입력 : 2024. 02. 20(화) 09:49
송채은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기고] 올해 겨울은 평소보다 춥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며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지니 편해서 좋기도 하다. 그러나 따뜻한 겨울을 지내며 ‘겨울은 원래 추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서는 찝찝함을 느꼈다. 이처럼 따뜻해진 겨울이 별로 달갑지 않은 이유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기후 위기가 따뜻함이라는 이름으로 코앞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 폭염을 지나, 이제 겨울의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성큼 우리를 찾아온 기후 위기는 사실, 그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다.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는 나를 비롯해 기업 대표, 어느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누군가도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모두가 달가워하지 않는 기후 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평하다고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이면은 그 무엇보다도 불공평할지 모른다.

2021년 책 속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찾고 지역에서 행동하는 ‘내 삶을 바꾸는 챌린지’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가 속한 팀에서는 ‘기후위기’라는 주제 중에서도 ‘코로나’ 그리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인 ‘이주여성’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진행했다. 학습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면서 읽게된 ‘탄소사회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나는 기후위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단순 기후위기를 환경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기후위기가 매우 차별적이고 불평등하게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주여성이 어떠한 이유에서 기후위기 취약계층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직접 이주여성을 만나보며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어려움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주여성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제도와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었고, 이주민 대상 차별과 혐오가 심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 무급휴업, 실직 등으로 소득이 감소해 생계에 대한 어려움도 동시에 겪고 있었다. 이렇게 학습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면서 나는 몰랐을 땐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더위에 에어컨 없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보였고,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장 피해를 받고 있는 이가 어떤 이들인지 살펴보게 됐다.

학습공동체 학습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의 차별성을 조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1992년 4월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초대형 사이클론과 해일에서는 여성 사망자 71%, 남성 사망자 29%로 젠더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온몸을 감싸는 전통 복장인 ‘사리’를 입고 있어 폭우 속에서 이동하기 어려웠고, 남성들보다 식단이 부실해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의 사회적 차별 구조 속에서 기후위기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특히 더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미국의 남부 주들 특히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례에서도 기후위기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닷가 빈곤층 거주 지역에 설치돼 있던 부실한 제방이 붕괴되면서 교통수단이 없어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피해를 직격타로 맞았다. 그런데 뉴올리언스에서 자동차가 없는 사람 중 3분의 2 이상이 흑인이었으며, 태풍으로 피해를 본 빈곤층의 70% 이상이 역시 흑인이었다. 이러한 사례 또한 기존의 사회구조적 차별이 기후위기에서도 그대로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실상은 그 무엇보다도 차별적이다. 어떤 이에게 기후 위기는 단순히 폭염이 늘어나서 덥다는 이유로 힘들고,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해지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에게는 살인적인 더위에 생명을 위협받고, 삶의 터전을 뺏기는 생존의 문제였다. 기후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물학적,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치며 매우 불평등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코앞까지 찾아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우리는 꾸준히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챙기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등의 개인적인 실천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일회용을 규제하는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진행되는 환경 관련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때이다. 환경 보호뿐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불평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불평등을 해소해 나갈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앞으로도 수많은 불평등을 줄여나가며 기후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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