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 시급
오미화 전남도의원(진보당)
입력 : 2024. 02. 19(월) 16:50

오미화 전남도의원(진보당)
[기고] △‘콩 심은 데 콩 안 나는’ 기후변화와 잘못된 정책이 빚은 농촌의 위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데, 작년 콩 심은 데 콩이 났을까? 이제 ‘콩 심은 데 콩 안 난다’라고 속담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쌀값의 하락 원인을 쌀의 소비감소와 과잉생산으로 보고 밥쌀용 벼재배 면적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전략작물 재배를 장려했다.
2023년 처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벼 대신 밀·논콩·가루쌀·조사료 등을 심은 농가에게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해 이행 면적이 12만5000㏊에 달했다. 이는 과거 논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의 이행률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전남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 지역으로, 하계전략작물을 신청한 4129농가 중 2800농가(67.8%)가 논콩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여름 가슴을 치며 논을 갈아엎어야만 했다. 지난해 6~7월 내내 이어진 집중호우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콩마저 이어진 폭염과 폭우로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콩은 습해에 약한 작물로 특히 파종 시기가 장마철과 겹쳐 과습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배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논은 수도작 농사를 위해 물을 가두는 방식으로 용·배수로가 정비되었기 때문에 밭작물인 콩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기반 시설이 안 된 상태에서 논콩을 심는다는 것은 천운에 기대는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그런 논에 콩을 심으라고 권장해 놓고 습해로 인한 피해는 농민에게 고스란히 지게 했으니, ‘나라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다 망한다’는 농민들의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기후위기,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 삶은 전쟁터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는 갈수록 잦아지고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농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봄에 여의도 면적의 33배가 넘는 규모의 냉해 피해가 발생했고, 6월에는 이례적으로 우박이 내렸다. 7월에는 집중호우가, 8월엔 강력한 폭염이 지속되었고, 12월에는 한겨울이 무색하게 개나리가 피기도 했다.
또 급증한 외래병해충과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는 와중에 불안한 국제정세로 농자재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농민들은 그야말로 사지로만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약자이자 피해자인 농민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필요한 농민권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민 10명 중 8명은 농민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농민의 삶을 지키고 나아가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농민의 권리보장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길, 농민기본법 제정
유엔은 2018년 12월 17일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했다. 농촌과 농민의 기후 인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국제규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내용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동의 청원을 거쳐 21대 국회에 회부된 ‘농민기본법’이라 불리는 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 제정 건이다.
농민에게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고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가 책임 농정을 펼쳐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21대 국회 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농업을 경제발전의 희생양 삼아온 농정기조를 바꾸고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완전히 새로운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민을 당당한 생산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기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농촌지역에 출마의 뜻이 있는 다수의 후보자는 농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부디 그 약속이 공중에 흩어지지 않고 여의도 국회에서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꼭 지켜지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 농민들이 논밭을 갈아엎으며 하늘을 원망하고 돌아서 눈물짓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데, 작년 콩 심은 데 콩이 났을까? 이제 ‘콩 심은 데 콩 안 난다’라고 속담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쌀값의 하락 원인을 쌀의 소비감소와 과잉생산으로 보고 밥쌀용 벼재배 면적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전략작물 재배를 장려했다.
2023년 처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벼 대신 밀·논콩·가루쌀·조사료 등을 심은 농가에게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해 이행 면적이 12만5000㏊에 달했다. 이는 과거 논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의 이행률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전남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 지역으로, 하계전략작물을 신청한 4129농가 중 2800농가(67.8%)가 논콩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여름 가슴을 치며 논을 갈아엎어야만 했다. 지난해 6~7월 내내 이어진 집중호우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콩마저 이어진 폭염과 폭우로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콩은 습해에 약한 작물로 특히 파종 시기가 장마철과 겹쳐 과습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배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논은 수도작 농사를 위해 물을 가두는 방식으로 용·배수로가 정비되었기 때문에 밭작물인 콩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기반 시설이 안 된 상태에서 논콩을 심는다는 것은 천운에 기대는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그런 논에 콩을 심으라고 권장해 놓고 습해로 인한 피해는 농민에게 고스란히 지게 했으니, ‘나라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다 망한다’는 농민들의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기후위기,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 삶은 전쟁터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는 갈수록 잦아지고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농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봄에 여의도 면적의 33배가 넘는 규모의 냉해 피해가 발생했고, 6월에는 이례적으로 우박이 내렸다. 7월에는 집중호우가, 8월엔 강력한 폭염이 지속되었고, 12월에는 한겨울이 무색하게 개나리가 피기도 했다.
또 급증한 외래병해충과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는 와중에 불안한 국제정세로 농자재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농민들은 그야말로 사지로만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약자이자 피해자인 농민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필요한 농민권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민 10명 중 8명은 농민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농민의 삶을 지키고 나아가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농민의 권리보장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길, 농민기본법 제정
유엔은 2018년 12월 17일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했다. 농촌과 농민의 기후 인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국제규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내용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동의 청원을 거쳐 21대 국회에 회부된 ‘농민기본법’이라 불리는 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 제정 건이다.
농민에게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고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가 책임 농정을 펼쳐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21대 국회 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농업을 경제발전의 희생양 삼아온 농정기조를 바꾸고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완전히 새로운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민을 당당한 생산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기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농촌지역에 출마의 뜻이 있는 다수의 후보자는 농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부디 그 약속이 공중에 흩어지지 않고 여의도 국회에서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꼭 지켜지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 농민들이 논밭을 갈아엎으며 하늘을 원망하고 돌아서 눈물짓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광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