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5·18 헌법수록 4월 총선이 적기다
주필
입력 : 2024. 01. 28(일) 17:00
22대 총선이 실시되는 새해 시작부터 5·18 정신의 헌법수록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오월정신을 헌법전문에 싣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을 해야 되는데, 따로 실시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오는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함께 개헌 찬반을 묻자는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5·18의 헌법 수록을 그토록 갈망하는 것은 무엇보다 헌법의 존엄한 가치 때문이다. 사전은 헌법을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의 기본적 가치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헌법이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이 되고 한 국가사회의 최고의 가치체계라는 뜻이다. 입법, 행정, 사법 등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을 근간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이다.

헌법은 또 국가사회의 최고가치 체계이므로 법률을 만들고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그 때문에 헌법은 그 나라의 최상위 법으로 취급되며, 대부분의 나라가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헌법의 개정절차를 까다롭게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이므로 대한민국의 어떤 법도 이 대한민국 헌법을 거스를 수 없고, 헌법에 위반된 법률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효력을 잃게 만든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이다. 헌법의 철학을 제공하는 선행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본문과 마찬가지로 재판 규범성이 인정된다.

오월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다는 것은 바로 오월 정신이 대한민국 기본적 가치질서의 철학으로 우뚝 선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월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면 5·18을 폄훼 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모두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된다.

연초 광주를 찾은 여당의 수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월의 광주정신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일치한다. 헌법 전문에 오월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며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 방식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방식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해 국회의 의결(재적의원 3분의2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현 정부가 헌법 전문 수록을 실현 시키고 싶다면 대통령의 발의로도 얼마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오월 정신의 헌법 수록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역시 방식을 운운하며 지금껏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다.

이는 말로는 헌법 수록을 찬성하면서 본심은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오월정신의 헌법 수록은 의지의 문제요, 실천의 문제이다.

국민이 일제히 투표장에 나오는 오는 4월 총선이 개헌을 하는 적기이다. 이미 총선 때 원포인트 개헌을 위해 여야 의원 4명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추진본부까지 구성해 놓은 상태이다. 5·18만 전문에 넣자는 것도 아니다. 5·18과 함께 한국의 현대 민주화를 이끈 부마항쟁과 6·10 항쟁의 민주 이념을 버무려 헌법 전문에 넣자는 것이다.

여러 차례 5·18 헌법수록 찬성 발언을 해온 윤 대통령과 여권 수장인 한 비대위원장이 진심으로 헌법 수록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여당 정책은 현금, 민주당 정책은 약속어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헌법 전문 수록 약속이 어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총선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기회를 놓치면 5·18 헌법수록은 또 하세월을 보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실천을 간절히 촉구한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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