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희생자 80년 만에 고향 품으로
최병연씨 유해 고국으로 봉환…영광 선산에 안장
태평양 지역 강제동원 사망자 1117명 중 첫 사례
입력 : 2023. 12. 04(월) 18:45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고국의 품에 편히 잠드소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됐다가 숨진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가 80년 만에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다.

4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전남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태평양 타라와섬(현 키리바시공화국의 수도)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 추도식이 거행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족을 비롯해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추도식은 식전공연,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헌화, 유해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추도식은 고인의 삶을 위로하고 추모하며 천도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살풀이 진혼무로 시작됐다.

이후 타라와 강제동원 유해 봉환 관련 경과보고가 이어졌고, 추도사가 진행됐다.

이상민 장관은 “강제동원돼 80여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고 최병연님의 영령이 편히 영면하기 바라며 명복을 빈다”며 “긴 세월 생사를 몰라 애태우며 기다렸을 유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다”며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 최병연씨의 차남 최금수씨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그리운 아버지, 길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야 아버지 앞에 섰다”며 “전쟁의 공포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홀로 견디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살아생전에 꼭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아버지’ 하고 불러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버지께서 ‘금수야’ 하고 불러주는 음성을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추도사 후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졌고, 1시간 정도 진행된 추도식은 최씨의 유해 봉송으로 마무리됐다. 최씨의 유해는 전남 영광 홍농읍 선산에 안장됐다.

이날 80년 만에 유골이 돼 고향 땅에 묻힌 고 최병연씨는 1918년생으로, 24세였던 1942년 11월 가족을 두고 타라와에 끌려갔으나 1년 만인 1943년 숨졌다. 그간 최씨의 가족은 유골 없는 가묘를 써서 제사를 지내왔다.

그의 유해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올해 9월 미국 국방성에 의해 하와이로 옮겨졌고 전날 오후 6시 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봉환됐다.

한편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오키나와,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등에 끌려간 뒤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숨진 강제동원 피해자는 군인·군속 2만2000명, 노무자 1만5000명 등을 포함해 최소 8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유전자(DNA) 대조 작업 결과 타라와 전투에서 사망한 한국인은 현재까지 1117명으로 파악된다.

일본과 사할린 등에서 일부 봉환된 유골은 있었지만, 태평양 지역에서 돌아온 유해는 최병연씨를 제외하고 아직 한 구도 없다.

4일 전남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 추도식이 열렸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영광=정규팔 기자 ykjgp9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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