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의 빚잔치 이대로 괜찮은가
석성민 (사)광주금융사회복지협회 이사
입력 : 2023. 10. 04(수)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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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민 (사)광주금융사회복지협회 이사
[기고] 20년 전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한 뒤 무너진 내수 진작책 일환으로 국민들의 소비 활성화를 독려하고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소득공제 혜택, 영수증 복권 등의 제도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이러한 원동력으로 실제 경직되고 침체된 내수경제는 활력을 받았고, 부족했던 세수도 급격하게 상승하게 됐으며 현금 사용으로 인한 탈세를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에 힘입은 카드사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듯이 서로 과잉경쟁을 펼치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카드 발급을 난발하기 시작한다. 카드 발급에 부적합한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고등학생과 미성년자들에게까지 서명만 하면 발급해 주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카드대란’이다.

2003년 기준 전체 신용 불량자 372만명, 그중 신용카드로 인한 사람이 239만명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은 현금처럼 눈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이는 지출 흐름이 아닌, 높은 한도의 신용카드들은 사용적인 면에서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았고 지출에 대한 감각마저 흐려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IMF로 인해 불안정한 소득 요건 대비 불필요한 과잉소비로 이어져 개인 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고금리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면서 이자에 이자가 늘어나 말 그대로 자포자기(自暴自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살률과 범죄율은 상승하고 결혼율과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2023년 현재, 과거의 카드대란과 형식과 형태만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다시 펼쳐지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불경기,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의 신용 리스크에 이미 빨간불에 진입했다. 당시와 다른 점이라면 무분별한 사치성 지출보다 소액의 생계비 대출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으로 인해 생긴 미납률이 평균보다 높은 24.5%를 기록했다. 학자금 대출처럼 인생의 시작을 빚으로 시작한 청년들은 닫힌 취업의 문을 열지 못한 채 대학을 이미 졸업했음에도 학자금을 갚지 못하거나 사회에 나아가서도 갚아나가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평생 월급을 모아 저축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적은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코인이나 주식 같은 투기성 투자로 몰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시간에도 이러한 악순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다.

지금 당장의 마른 천에 물 붓기식 예산 투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장기적 해법을 위해서라도 금융에 관한 체계적이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며 그러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방법이 보다 대중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물고기보다 낚싯대와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금융에 관한 전문화된 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개개인의 형편과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기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학교 안 청소년, 청년들 더 나아가 서민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의 영역을 보다 확대해 경제에 관한 나침반을 제시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신용리스크의 연결고리를 끓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전세 사기 사건만 보더라도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만큼 조직적이고 치밀했지만, 무엇보다도 금융교육이 전무했기 때문에 피해는 컸다.

최소한 금융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었다면 피해는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금융전문가들에게 개인이 처한 상황 해결에 대한 상담과 자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으며, 문턱 또한 낮지 않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코인, 도박, 고위험 투자와 같은 한탕주의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전세 사기 등과 같은 범죄 피해들로 인해 청년 신용불량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 시국은 가히 ‘제2의 카드대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가운데 무너져가는 청년들에게 관심을 더 깊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광남일보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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