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남 산부인과 없어 원정출산 다반사라니
여균수 주필
입력 : 2023. 09. 20(수) 18:21
저출산 영향으로 광주·전남지역 ‘분만 인프라’가 점차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광주에서는 대형 산부인과 병원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폐업하고, 전남에서는 아예 산부인과가 없어 원정 출산 길에 오르는 ‘출산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분만시설을 갖춘 지역 산부인과 병원(의원포함)은 광주 10곳, 전남 54곳에 그치고 있다. 광주 인구 140만 명에 산부인과가 고작 10개라니, 저출산 영향으로 산부인과가 얼마나 경영난에 처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남은 지난해 기준 산부인과 병·의원이 총 59개소였으나 1년 만에 5개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양·곡성·영암·신안 등 4개 자치단체는 아예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분만 취약지역 임신부들은 다른 지역 산부인과로 ‘원정 검진’을 다니고, 출산일이 다가오면 친정집 근처 산부인과나 산후조리가 가능한 타 지역 산부인과로 ‘원정출산’ 길에 오르는 실정이다.

섬 지역의 경우는 특히 문제다. 섬에는 마땅한 분만시설이 없다 보니, 닥터헬기를 타고 육지로 이송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김원이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지난 6월까지 최근 5년간 9명의 임신부가 닥터헬기를 이용했는데, 전남 섬 지역에 거주하는 산모가 5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이송 중 기내에서 출산한 산모도 있었다.

분만 수요가 줄면서 산부인과가 폐업하고, 산부인과가 없으니 출산율도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근본적인 문제다. 합계출산율이 광주 0.84명, 전남 0.97에 불과하니 산부인과가 유지될 턱이 없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출산율이 높아진다면 산부인과의 폐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 광주와 전남지역의 분만 인프라가 고사 직전이다.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도서 지역 분만 인프라 확보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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