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삶을 바꾼다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입력 : 2023. 08. 30(수) 17:59

[아침세평] 어느 해인가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을 다녔다.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았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한의사가 그랬다. 치료만 받아서는 안 되니 걷기를 하라고. 그때부터 ‘걸어야 산다’를 외치며 하루 골(만) 걸음을 걷는다. 지금? 허리 거뜬하다.
산책의 대가(大家)는, 학교를 ‘소년노예제도’라고 비판한 칸트다. 칸트는 ‘걸어 다니는 시계’라 불렸고, 그의 산책을 보고 이웃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말도 있다. 저녁 9시 시계가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처럼! 곧 ‘땡윤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다산 정약용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괴테도 산책의 고수(高手)다. 창작의 비결을 산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공책을 꼭 들고 산책했다는 키에르케고르와 비가 쏟아진 날도 우산 없이 산책했다는 베토벤도 산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상수(上手)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산책을 한다고 말했다.
걸으면 뿌듯하다. 위에 말한 도사(道士)들처럼 삶의 ‘본질’을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 얼거리(계획)만 잘 짜도 좋다. 어쩌면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이들의 삶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숲이 있고 오솔길이 있으면 좋겠다.
가끔 마당 있는 집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나무도 키우고, 꽃도 가꾸고, 푸성귀도 심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려는 꿈. 그 꿈을 아파트 베란다에 꾸미기도 한다. 군사문화처럼 획일화된 아파트라는 공간에 다양성을 심는 일이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아, 요새는 성냥갑을 볼 수 없구나, 네모난 시멘트 아파트를 삭막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나의 공간, 우리의 공간을 꾸미는 일은 삶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다.
요즘 새로 집을 지을 때 보꾹(천장)을 높인다. 높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확 트이니까. 조용필의 노랫말에서도 ‘창 넓은 찻집에서~’가 있다. 넓은 창이 서로의 눈빛을 더 다정스럽게 한다. 느낀 분은 안다. 높은 보꾹에 살면 창의력이 훅 솟고, 살 맛도 ‘뿜뿜’ 솟으니 손바닥 왕(王)이 산다는 용산도 부럽지 않을 거다.
몬드리안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던 미국의 스털링 칼더는 ‘모빌’을 만들었다. 아이를 키울 때 매달아 놓는 그 모빌 맞다. 움직이는 조각인데 전문 용어로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 한다. 평면만 생각했던 예술을 공간 예술로 만들었다. 예술의 틀을 바꿨고, 예술의 범위를 늘린 셈이다.
조선을 세우고 기틀을 마련한 정도전은 새로운 수도인 한양과 경복궁을 설계하고 완공시킨 공간디자이너이기도 했다. 왕권(王權)을 견제하고 신권(臣權) 중심의 정치를 끌어낸 정도전의 생각 또한 공간 창조자여서 나왔지 않았을까 싶다. 공간을 생각하지 못하면 목대잡이(리더) 의존도가 높아져서 스스로 뭘 하지 못한다.
공간을 새롭게 알려주는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이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고 했다. 덕분에 내 책상과 내 방을 가끔 바꾼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 고작 이것뿐이다. 그것만 해도 삶이 3개월마다 바뀐다.
출퇴근을 할 때 다니던 길로만 다니지 않고 여러 길로 다닌다. 보이는 공간이 다르니 할 일이 퍽이나 다르게 떠오른다. 공간 변화가 그날의 느낌을 확 바꾼다.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창의력은 바닥을 친다. 바빠서 서두르는데 어디서 창의력이 나오겠는가?
국가 경영자는 대한민국 땅 덩어리 설계를 잘해야 한다. 지방자치 경영자도 도시 구성을 잘해야 한다. 공간구성이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으니까. 특히 초 수퍼 엘리트(?)라는 검사들의 사무실 공간구성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엄마, 이 사건 어떻게 해야 해?’라는 웃음엣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산책의 대가(大家)는, 학교를 ‘소년노예제도’라고 비판한 칸트다. 칸트는 ‘걸어 다니는 시계’라 불렸고, 그의 산책을 보고 이웃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말도 있다. 저녁 9시 시계가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처럼! 곧 ‘땡윤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다산 정약용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괴테도 산책의 고수(高手)다. 창작의 비결을 산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공책을 꼭 들고 산책했다는 키에르케고르와 비가 쏟아진 날도 우산 없이 산책했다는 베토벤도 산책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상수(上手)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산책을 한다고 말했다.
걸으면 뿌듯하다. 위에 말한 도사(道士)들처럼 삶의 ‘본질’을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 얼거리(계획)만 잘 짜도 좋다. 어쩌면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이들의 삶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숲이 있고 오솔길이 있으면 좋겠다.
가끔 마당 있는 집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나무도 키우고, 꽃도 가꾸고, 푸성귀도 심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려는 꿈. 그 꿈을 아파트 베란다에 꾸미기도 한다. 군사문화처럼 획일화된 아파트라는 공간에 다양성을 심는 일이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아, 요새는 성냥갑을 볼 수 없구나, 네모난 시멘트 아파트를 삭막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나의 공간, 우리의 공간을 꾸미는 일은 삶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다.
요즘 새로 집을 지을 때 보꾹(천장)을 높인다. 높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확 트이니까. 조용필의 노랫말에서도 ‘창 넓은 찻집에서~’가 있다. 넓은 창이 서로의 눈빛을 더 다정스럽게 한다. 느낀 분은 안다. 높은 보꾹에 살면 창의력이 훅 솟고, 살 맛도 ‘뿜뿜’ 솟으니 손바닥 왕(王)이 산다는 용산도 부럽지 않을 거다.
몬드리안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던 미국의 스털링 칼더는 ‘모빌’을 만들었다. 아이를 키울 때 매달아 놓는 그 모빌 맞다. 움직이는 조각인데 전문 용어로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 한다. 평면만 생각했던 예술을 공간 예술로 만들었다. 예술의 틀을 바꿨고, 예술의 범위를 늘린 셈이다.
조선을 세우고 기틀을 마련한 정도전은 새로운 수도인 한양과 경복궁을 설계하고 완공시킨 공간디자이너이기도 했다. 왕권(王權)을 견제하고 신권(臣權) 중심의 정치를 끌어낸 정도전의 생각 또한 공간 창조자여서 나왔지 않았을까 싶다. 공간을 생각하지 못하면 목대잡이(리더) 의존도가 높아져서 스스로 뭘 하지 못한다.
공간을 새롭게 알려주는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이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고 했다. 덕분에 내 책상과 내 방을 가끔 바꾼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 고작 이것뿐이다. 그것만 해도 삶이 3개월마다 바뀐다.
출퇴근을 할 때 다니던 길로만 다니지 않고 여러 길로 다닌다. 보이는 공간이 다르니 할 일이 퍽이나 다르게 떠오른다. 공간 변화가 그날의 느낌을 확 바꾼다.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창의력은 바닥을 친다. 바빠서 서두르는데 어디서 창의력이 나오겠는가?
국가 경영자는 대한민국 땅 덩어리 설계를 잘해야 한다. 지방자치 경영자도 도시 구성을 잘해야 한다. 공간구성이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으니까. 특히 초 수퍼 엘리트(?)라는 검사들의 사무실 공간구성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엄마, 이 사건 어떻게 해야 해?’라는 웃음엣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