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호황 끝난 중국, 위기의 한반도
박찬용 (사)광주한백통일재단 상임대표, 정치학 박사
입력 : 2023. 08. 28(월) 16:11
[광남시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일, 중국의 40년 동안 지속된 고성장 모델이 흔들리며 장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중국이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부동산 개발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디플레이션에 진입하고 부동산업체의 디폴트 위기 및 금융시장 전이 가능성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중국 고속성장의 비밀은 부동산으로, 이제는 부동산이 거대한 폭탄으로 변화하여 중국경제를 마비시킬 정도가 되었다.

중국경제의 대전환점은 실질적인 부동산 거래가 가능해진 1998년이다. 부동산에서 시작된 막대한 부는 중국 경제의 번영과 금융의 비대화를 가속 시켰다. 지방마다 금융기관들이 난립했고 그림자 금융회사들까지 지방정부와 엮이며 부동산을 통한 부를 계속 창출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포함하면 중국 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30%를 크게 상회 할 수 있다. 중국 부동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차입이 가능했다는 점이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 개발업체, 개인등 모든 경제주체가 놀라운 속도로 부채가 늘어갔다. 이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많은 지방정부가 파산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개인에게는 부채상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할 브렌즈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교수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중국은 쇠퇴하는 강대국이며, 그것이 문제다.” 라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저자는 기회의 창이 점차 닫히고 있는 중국이 전쟁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역사적인 사례를 보면 궁지에 몰린 도전자의 최후의 선택은 전쟁으로 귀결 됐다. 지금 전 세계가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 고대의 ‘투키디데스 함정’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신흥강대국의 부상을 기성 강대국이 견제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것 보다는 더 이상의 확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신흥강국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은 그렇게 발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약100년간의 평화시대 속에서 산업혁명으로 지속적인 팽창을 이룬 영국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적 팽창정책과 그 과정에서 소외된 독일제국등의 불만과 민족주의적 갈등으로 일어났다. 뒤늦게 출발한 신흥강국 독일은 영국 프랑스에 비해 산업과 공업발달과정이 늦었고 식민지 쟁탈전에서 차지할 땅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독일은 기존 식민제국인 영국 프랑스와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과 ‘아시아는 아시아인이’ 라는 명분으로 중국에서 서방열강의 영향을 제거하고 대륙을 지배하려고 했다. 당시 ‘난징대학살’에 대해 미국과 갈등이 커지며 일본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남부로 진격하자 미국 루스벨트는 일본이 석유의 80%를 수입하는 상태에서 일본 석유수출을 중단하고 미국내 일본자산을 동결했다.

석유가 절실한 일본은 중국영토에서 철수하거나 동인도 유전을 점령하는 전술을 고민하며, 마침내 1941년 12월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렇게 떠오르는 신흥강국들의 도전이 꺾이고 좌절을 느끼면 기존강국을 무력으로 공격하여 목표를 쟁취 하려고 전쟁이 시작됐다.

‘흑묘백묘론’으로 중국을 성장시킨 등소평은 1997년 유언(遺言)에서 중국은 향후 100년 동안 미국에 대항하지 말고 인내하고 힘을 기르면 다시 세계를 호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진핑 등장이후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버리고 신형대국이론과 일대일로등의 정책으로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오판했다. 시진핑은 공동부유(共同富裕)정책으로 자본주의 요소를 차단했고, 반간첩법 제정과 문화통제를 통해 주민들을 감시하며 일상적인 검열까지 제도화 했다. 그 결과 중국인 망명자가 10배이상 증가했고 글로벌 연기금의 탈(脫) 중국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으며 슈퍼리치들의 차이나런(ChinaRun) 현상이 급증하며 애플등의 외국계 기업은 물론 중국기업들도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며 차이나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6월 중국 청년실업율이 21.3%를 상회하여 사회혼란이 커지고 있다.

2022년 10월, 3연임이 확정된 시진핑은 전국대표대회에서 대만통일을 민족부흥과 연결시키며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 이라며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8일 미국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한·미·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원칙을 천명하여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회담에서 한·미·일 삼각협력구도가 노골화 되었고 상대적으로 지난달 27일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여하여 북·중·러 연대의지를 강하게 과시했다. 자칫 잘못하면 청일전쟁처럼 동북아시아 한반도가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마땅히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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