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우리의 안녕을 묻습니다
구문정 광주청년센터장
입력 : 2023. 08. 22(화) 18:46

구문정 광주청년센터장
[경제칼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어느 날 우연히 만나 내게 담담히 위로를 건냈던 칼릴 지브란의 시의 한구절이다. 언젠가부터 어른이 되는 길 아니 성공하는 길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잘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일명 사회생활 만렙 스킬인 것처럼 돼 이를 위해 무던하게들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린, 그것이 사실 ‘회피’의 다른 이름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사랑하는데 구속하지 않기’가 어디 마음처럼 되는 일인가 말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 너무 많다. 여태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무사할 것이라는 내 근자감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습관처럼 열어보는 SNS는 누가누가 더 행복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화려하고 멋진 사진들이 쏟아진다.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있는 내 모습에 문득,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는 회의감과 자괴감으로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은 과연 나만일까. 친구와 당일치기 바다보기 여행에서 건진 백 장 찍어 한 장 나온 인생샷으로 카톡 프사와 인스타를 장식한 찰나의 뿌듯함 뒤, 공허함은 이게 본질이 아니란 걸 깨달으라는 신호임을 알면서도 다시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특히 높았던 노인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반해 20~30대의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2).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자살사망률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20~35세의 자살률은 2017년 이후 증가하고 있고, 2020년 20대 청년 사망자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 2706명 가운데 54.3%인 1471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또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특히 여성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청년기 정신건강에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이 시기는 부모로부터 심리적,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배우자를 찾고, 직업을 선택하는 등의 발달과업을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청년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과정 가운데 상대적 박탈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경제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 개인이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 낮은 고용 지위가 자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을 고려한다면, 비정규직 비율이 30%(2021년 기준)에 달하는 20~30대(통계청, 2022)에게 가중되는 자살 위험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청년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 또 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빈곤청년이 아닌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대기업 취업 후 결혼자금도 열심히 모으던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던 청년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을 그를 잡아줄 순 없었을까?’ 먹먹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청년정책들을 살펴본다.
청년들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광주청년센터에서는 ‘마음건강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만19세~39세의 광주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다. 신청공고 하루이틀만에 마감이 돼 버릴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사업으로 이 또한 경쟁률을 뚫고 선정이 된 청년에게는 기본 8회 상담과 필요 시 약제비까지 제공된다. 추가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12회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 연장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혹시나 도움 요청한 손을 잡지 못할까 걱정되면서도 이로 인해 다른 청년에게 제공돼야 할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음에 추가 상담 사유들을 하나하나 더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런 청년들의 마음건강에 대한 수요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청년의 경제적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사유들을 보면 청년기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즉, 저임금, 계급 불평등, 성차별, 미디어 중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고립감과 소외, 가정내 갈등 등으로 희망을 잃고 무기력에 빠졌지만 기성세대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해 더 불행해진 청년들로 모두 각기 다른 모습과 색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2027년까지 자살율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청년층에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한다는 등의 방침인데, 청년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나, 현장의 수요를 면밀히 살펴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내 주고 있어 수고했다고. 청년의 안녕을 묻고 정말 애쓰고 있다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함께 촘촘히 세워 나가길 희망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 내게 담담히 위로를 건냈던 칼릴 지브란의 시의 한구절이다. 언젠가부터 어른이 되는 길 아니 성공하는 길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잘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일명 사회생활 만렙 스킬인 것처럼 돼 이를 위해 무던하게들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린, 그것이 사실 ‘회피’의 다른 이름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사랑하는데 구속하지 않기’가 어디 마음처럼 되는 일인가 말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 너무 많다. 여태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무사할 것이라는 내 근자감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습관처럼 열어보는 SNS는 누가누가 더 행복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화려하고 멋진 사진들이 쏟아진다.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있는 내 모습에 문득,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는 회의감과 자괴감으로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은 과연 나만일까. 친구와 당일치기 바다보기 여행에서 건진 백 장 찍어 한 장 나온 인생샷으로 카톡 프사와 인스타를 장식한 찰나의 뿌듯함 뒤, 공허함은 이게 본질이 아니란 걸 깨달으라는 신호임을 알면서도 다시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특히 높았던 노인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반해 20~30대의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2).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자살사망률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20~35세의 자살률은 2017년 이후 증가하고 있고, 2020년 20대 청년 사망자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 2706명 가운데 54.3%인 1471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또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특히 여성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청년기 정신건강에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이 시기는 부모로부터 심리적,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배우자를 찾고, 직업을 선택하는 등의 발달과업을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청년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과정 가운데 상대적 박탈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경제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 개인이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 낮은 고용 지위가 자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을 고려한다면, 비정규직 비율이 30%(2021년 기준)에 달하는 20~30대(통계청, 2022)에게 가중되는 자살 위험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청년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 또 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빈곤청년이 아닌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대기업 취업 후 결혼자금도 열심히 모으던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던 청년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을 그를 잡아줄 순 없었을까?’ 먹먹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청년정책들을 살펴본다.
청년들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광주청년센터에서는 ‘마음건강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만19세~39세의 광주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다. 신청공고 하루이틀만에 마감이 돼 버릴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사업으로 이 또한 경쟁률을 뚫고 선정이 된 청년에게는 기본 8회 상담과 필요 시 약제비까지 제공된다. 추가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12회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 연장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혹시나 도움 요청한 손을 잡지 못할까 걱정되면서도 이로 인해 다른 청년에게 제공돼야 할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음에 추가 상담 사유들을 하나하나 더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런 청년들의 마음건강에 대한 수요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청년의 경제적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사유들을 보면 청년기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즉, 저임금, 계급 불평등, 성차별, 미디어 중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고립감과 소외, 가정내 갈등 등으로 희망을 잃고 무기력에 빠졌지만 기성세대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해 더 불행해진 청년들로 모두 각기 다른 모습과 색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2027년까지 자살율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청년층에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한다는 등의 방침인데, 청년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나, 현장의 수요를 면밀히 살펴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내 주고 있어 수고했다고. 청년의 안녕을 묻고 정말 애쓰고 있다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함께 촘촘히 세워 나가길 희망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