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낭만의 틈…‘삶 투영된 꽃’ 보다
■전남도립미술관 특별기획전 ‘영원, 낭만, 꽃’ 오늘 개막
佛 모빌리에 나시오날 소장, 루이 14세 연관 작품 선봬
대흥사 소장 ‘십일면천수보살도’ 등 사찰 밖 첫 나들이
佛 모빌리에 나시오날 소장, 루이 14세 연관 작품 선봬
대흥사 소장 ‘십일면천수보살도’ 등 사찰 밖 첫 나들이
입력 : 2023. 06. 19(월)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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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성 작 ‘양귀비’(맨 왼쪽)와 송수민 작 ‘고요한 소란’을 감상 중인 관람객들(제5전시실)

박기원 작 ‘대화’(제 5전시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이 20일 개막, 오는 11월5일까지 ‘영원, 낭만, 꽃’이라는 타이틀로 여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 특별전시’가 그것으로, 지난 15일 개막에 앞서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장식예술박물관 모빌리에 나시오날과 해남 대흥사의 문화재들이다. 가장 주목되는 이 문화재 작품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것들이어서 개막 전이지만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모빌리에 나시오날은 루이 14세가 세운 왕립 가구관리소의 후신으로 13만 점의 가구와 장식예술로 구성된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번 전시에는 2전시실에 2점, 3전시실에 7점 등 총 9점이 선보인다. 한 전시실에 모으지 않은 것은 작품 성향이 달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담당 기획자인 이연우 학예사에 따르면 대여받는 과정에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는 설명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루이 14세 시대의 궁정화가였던 샤를 르 브룅(왕립 고블랭 공방 소장)의 작품 사계 중 ‘봄’(3.18×4.63m)이다. 개막을 남겨놓은 상태라 실제 전시장에는 걸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태피스트리(무늬를 놓은 양탄자)로 장식된 이 작품은 베르사유 궁전이나 농기구, 오렌지 나무, 아레스 산화, 말, 기수, 월계관 등이 반영돼 있다. 신화적 형상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됐다. 실제로 베르사유궁 내 루이 14세의 왕좌 뒤에 걸려있었던 작품으로 각별한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해남 대흥사 소장, 제1전시실)

연꽃을 형상화한 김홍주 작 ‘무제’(제3전시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했던 꽃의 도상을 탐색해볼 수 있는 등 전시 스토리가 넘쳐나는 이번 전시는 다섯개의 전시실에 각 주제별로 그에 걸맞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제1전시실에서는 연꽃을 통해 환생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연화화생, 재생의 염원’이라는 주제로 해남 대흥사 소장의 전남 유형문화재 제179호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와 ‘준제관음보살도’ 등 9점이 배치된다. 제2전시실에서는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종교적 관념을 넘어 인간의 실제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던 꽃들을 탐색하는 가운데 ‘자유와 역동, 구체적 삶의 복귀’라는 테마로 태어나서 아기가 신는 타래버선과 꽃신, 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의 귀주머니, 보자기와 모란도, 화조도 병풍 등의 실생활에 이용됐던 민속품들이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의 협조로 꾸며진다. 현세적 욕망이나 다산, 부귀영화, 장수, 과거 급제 등 그런 것들에 사용된 꽃에 주목한다. 출품작은 10여 점. 제3전시실에서는 ‘시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프랑스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작품들이 대거 공개되는데 프랑스 고전주의 루이 14세부터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작품을 접할 수 있다. 꽃이나 십장생, 꽃에 대한 세밀화를 소재로 작업을 펼쳤던 천경자 오승우 김홍주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한다.

장미를 소재로 한 정희승 작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제5전시실)

영상 작업 제니퍼 스타인캠프 작 ‘미래로부터’(제4전시실)
이외에 제5전시실에서는 ‘삶의 확장, 가능성을 향해’라는 테마로,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업이 대규모로 공개된다.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꽃 시리즈와 더불어, 미국의 유명 팝 아티스트인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무제(장미)’ 또한 리움의 협조로 이뤄진다. 현대사회 개개인의 삶이 다양성에 비유해 사람들이 갖는 꽃의 상징성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 40여 점이다. 강종열 김종학 한운성 김상돈 박기원 송수민 정희승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에 앞서 지하 로비에는 손봉채와 박소희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다.
이번 전시는 21일 오후 2시 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앞에서 아르노 드니(모빌리에 나시오날 컬렉션 담당)가 발표자로 참여한 가운데 세미나도 함께 진행된다.
이연우 학예연구사는 “불교 회화가 전시여서 구성이 시대순이 아니라 죽음 이후부터다. 죽음 이후의 삶을 탐색하는데 연꽃이 언급된다는 것은 다시 태어난다 즉, 환생을 상징해 꽃이라는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 또 다른 삶을 있기를 바라니까 영생하는 것을 투영한다. 전시는 이를 탐구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5000원.
고선주 기자 view2018@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