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페퍼스 2022-2023 결산-상] 5승 ‘새역사’
자이언츠 킬링 등 강한 울림… 한 편의 성장드라마
각종 악재 투지·열정으로 극복… 전력 열세 이겨내
입력 : 2023. 03. 21(화) 17:32
지난 1월 23일 광주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안방 첫 승을 거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선수단이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여자프로배구 막내 구단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두 번째 시즌이 끝났다.

개막 전 설정했던 ‘10승’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팬들에게 배구의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학교폭력’ 이재영 영입설, 개막 17연패, 초대 김형실 감독 사퇴, 주포 니아 리드의 늦은 합류 및 ‘대마 젤리’ 적발 등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창단 첫 5승을 달성했다.

승리를 따낸 날도 특별했다.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첫 승을 올렸다. 이후 2023년 설 명절 이튿날인 1월 23일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2승을 챙겼다. 2승을 추가한 뒤 3월 18일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 걸음씩 성장한 AI페퍼스를 지켜보며 광주 팬들은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6개월간 코트에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AI페퍼스의 올 시즌 성과와 다음 시즌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여섯 번째 경기에서 구단 첫 5승을 달성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매운 고춧가루 부대로 자리매김

창단 두 번째 여정에 나서는 AI페퍼스는 ‘기성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팀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구현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고은(27)을 영입, 약점으로 꼽혔던 세터 포지션을 강화했다. 또 수비의 핵심인 리베로에 김해빈(22)을 영입했다. 특히 외국인 및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니아 리드(25·미국)와 염어르헝(18)을 지명,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지난 시즌과 달리 체계적인 훈련 일정도 소화했다.

지난 1차 강원도 속초 전지훈련(2022년 5월 23~30일)을 마친 뒤 올 시즌 여자프로구단 최초로 해외전지훈련을 감행, 일본 도쿄(8월 24~31일)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대구시청, 수원시청, 한국도로공사 등과 연습게임을 치르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AI페퍼스는 개막 이후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이때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34)의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동안 없었던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 안정감이 생기면서 AI페퍼스는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후 리그 중반까지 이어졌던 부진을 딛고 5승 31패(승점 14)로 마무리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성적 3승 28패(승점 11)보다 한걸음 더 성장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발목을 잡았던 범실도 5위(591개)→2위(646개)로 향상됐다.

특히 지난 시즌 하위팀(5위 IBK기업은행·6위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중·상위 팀을 꺾는 등 ‘고춧가루 부대’로 도약, 리그 판도를 흔들었다.

올 시즌 AI페퍼스는 봄 배구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중위권 한국도로공사(2승)와 GS칼텍스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다. 이후 한때 절대 1강으로 리그를 군림한 현대건설을 격파하는 자이언츠 킬링(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는 업셋)으로 강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여기에 AI페퍼스는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 IBK기업은행(승점 48·15승 21패)이 5위 GS칼텍스(승점 48·16승 20패)를 막판 역전할 기회까지 놓치게 만들었다.

아울러 창단 첫해부터 이어졌던 ‘5세트 전패’의 징크스도 깨끗이 씻어냈다.

AI페퍼스는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21년 11월 5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11월 6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세트스코어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살아나면서 올 시즌 5승 중 3승(2월 10일 현대건설전·2월 18일 한국도로공사전·3월 18일 IBK기업은행전)을 5세트 승리로 장식했다. 이제는 징크스가 아니라 AI페퍼스의 장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여섯 번째 경기에서 구단 첫 5승을 달성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놀라운 성장’… 무한한 가능성 증명

AI페퍼스 선수들도 한층 발전했다. 입단 전에는 윔업존을 달궜던 이들에게 귀한 출전 경험과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더해지자 일취월장했다.

이는 몸을 사리지 않은 허슬플레이, 볼에 대한 끈기와 집념, 포기하지 않는 투혼 등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고, 광주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중 주장 이한비가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전 소속팀 흥국생명에서는 백업 선수에 그쳤으나 AI페퍼스 입단 이후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아웃사이더 히터 이한비는 창단 첫해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262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36경기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34.40%의 공격 성공률로 439득점(전체 13위), 39.23%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 등으로 커리어하이를 맞았다.

또 상대의 리시브를 흔드는 힘 있는 서브로 세트당 평균 0.15개(13위)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특히 이한비는 첫 승을 낚았던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1득점(공격 성공률 38.78%) 등을 기록하는 등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이날 기록한 21득점은 개인 통산 최다득점이다.

미들브로커 최가은 역시 올 시즌 한 단계 도약했다.

36경기 233득점(공격 성공률 36.96%)을 얻어냈다. 세트당 평균 블로킹 0.54개(10위)로 전위에서 무게감을 더하는 등 프로 데뷔 4년 만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중 안방 2승을 챙긴 현대건설전에서 최가은의 경기력은 100점 만점이었다.

개인 최다인 7개의 블로킹 득점, 서브에이스 2개와 오픈 공격으로 15점(공격 성공률 37.50%)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 양효진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즐비한 현대건설을 상대로 좋은 수비(유효블로킹 5개·50%의 리시브 효율)와 범실 0개를 기록,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프로 2년 차 서채원은 주전 미들블로커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 시즌 32경기에 나선 그는 116득점(공격 성공률 26.21%) 등을 기록,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이는 지난 시즌 성적(12경기 4득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타이밍이 늦어도 공을 끝까지 따라가려는 투지로 주전 경험이 적은 한계를 극복, 세트당 평균 블로킹 0.25개(14위)를 얻어냈다. 날카로운 목적타로 11개의 서브에이스도 기록했다.

아웃사이더 히터 박은서는 한 단계 성숙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133득점(공격 성공률 33.33%)을 기록했다. 한 박자 빠른 스윙에 힘 있는 공격뿐만 아니라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기인 강서브를 적극 활용, 지난해 11월 12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경기 3세트에서 7연속 서브를 때리는 동안 4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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