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인 국악, 전통예술 전달에 ‘혼신의 힘’ 다할 것
[남도예술인] 서정미 광주무형문화재 제8호 꽹과리 이수자
높고 강한 소리에 매료…햇수로 8년째 이수자 활동
고 정득채·이대휴 명인 사사…농악보존 등에 집중
우리 소리 알리는 데 주력, 남녀노소 제자양성 매진
입력 : 2023. 01. 12(목) 19:01
서정미 광주무형문화재 제8호 꽹과리 이수자는 “제가 지금껏 배우고 익힌 현장 경험을 십분 발휘해 지역예술인, 지역민의 삶이 예술문화로 행복한 삶이 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꽹 개 꽤갱~’. 높고 강한 꽹과리 소리가 그의 귀에 팍 꽂혔다. 왼손을 원형의 놋쇠 뒤에 넣어 받쳐 소리의 여운을 끄니, 가장 작아 보이는 악기가 가장 두드러지는 소리를 냈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농악패 행렬의 시작. 그 길을 트는, 화려한 상쇠. 그는 전남 보성 득량 기남마을. 칼바위와 용추폭포에 부딪치며 흥겹게 울려 퍼지는 꽹과리 음색에 매료됐다.

보성 득량 기남마을 출신인 서정미 광주무형문화재 제8호 꽹과리 이수자는 어린 시절, 부친의 꽹과리, 설장구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마을에 일이 있을 때마다 한바탕 벌어지던 풍물패 소리를 쫓아다니며 귀를 기울이던 그가 성인이 된 뒤 우리 소리에 매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 싶다. 그의 영혼이 형성되던 시기, 우리 소리가 자연스레 체득돼서가 아닐까.

호남 서부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호남우도농악의 하나 광산농악의 상쇠 고(故) 정득채 선생이 그의 스승이다. 지난해 별세한 정득채 선생은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8호 광산농악 꽹과리 예능 보유자이다.

서정미 이수자가 정 선생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정 선생이 강의 차 보성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서 이수자가 꽹과리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정 선생을 만나면서 하루를 건너뛰지 않고 꽹과리를 손에 들게 됐다.

서 이수자는 정 선생으로부터 판소리에 애절함과 강렬함이 존재하듯, 꽹과리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속에 여러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 우 웅~’. 그 무언가 다른 소리. 사납지 않고 여운은 남기며, 여리고 정겨운 소리. 그의 가르침대로 그 누구도 모를 그 소리를 내기 위해 늘 서정미씨의 손에는 꽹과리가 들려있다. 어쩌다 그 소리가 버겁게 느껴지는 날, 정득채 선생이 직접 만들었다는 꽹과리와 채를 소중히 꺼내보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서 이수자는 전남무형문화재 제7호 고 김오채 명인의 설장구 이수자인 이대휴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 김미숙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심청가 보유자인 고 성창순 선생의 이수자 등으로부터 설장구와 판소리, 민요, 가야금 등을 사사했다.

꽹과리 연주를 하고 있는 서 이수자
“옛날에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됐지만 요즘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만능이 돼야 해요. 판소리나 민요를 하려면 박자 장단을 알아야 하죠. 꽹과리 가락을 알면 천지를 알고 가야금을 튕기면 애절함을 알 듯 사람, 나아가 세상의 구석구석을 깨닫게 돼요.”

이같은 노력에 (사)한국국악협회 ‘나주목사골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에서 설장구로 대상을, ‘영광법성포 단오제’ 판소리 신인부 장원을, ‘전남연합회장기 생활체조경연대회’ 민속체조 부분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문화예술발전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예총회장상을 비롯해 보성군수 표창패, 전남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

2016년부터 광주무형문화재 제8호 꽹과리 이수자로 활동하면서 현재 (사)광산농악보존회 이사, 보성문화원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서 이수자는 지난해 스승인 고 이대휴 명인을 기리는 국악 한마당을 기획해 선보였다. 작고한 고 이대휴 명인의 고향인 담양에서 ‘우전 이대휴 보은 애(愛)길’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제자들과 십시일반 힘을 모아 무대를 올렸다.

이 자리에서 이순임 청자골진흥회 단장이 한국 전통춤의 미적 요소를 고루 갖춘 ‘살풀이 춤’을 선보인데 이어 마유정·이주아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판소리 단가 ‘사철가’를 가야금병창으로 들려줬다. 김현송·조송화·최경아는 무용수들의 흥겨운 춤사위가 돋보이는 ‘입춤소고’를, 김정기·이민후·강병하·윤겸·김현승은 문둥광대가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을 표현한 ‘문둥북춤’을 통해 무대를 달궜다. 서정미 이수자는 김미자·이은자·정영을·정정순·차명희와 장고 가락의 섬세함과 북의 우렁찬 소리가 어우러진 ‘진도북춤’을 무대에 올리고, 소리꾼 강길원은 판소리 단가 ‘추억’과 남도잡가 ‘흥타령’을 불렀다. 마지막은 제자들이 다함께 농악의 꽃 ‘설장구놀이’로 대미를 장식했다.

“사물놀이가 배우고 싶어서 찾아간 선생님으로부터 잠시 중단했던 국악의 길에 다시 들어설 수 있었고, 그 은혜로 밤낮 가리지 않고 연마했죠. 지난해 말, 스승님이 사랑한 고향 담양에서 스승님을 그리며 보은의 무대를 선보였는데 제가 기획과 총감독을 맡았어요. 호남농악 사물놀이와 마당놀이가락 및 고째고사창, 휘모리, 동살풀이, 굿거리, 자진모리로 이어지는 이대휴 설장구, 휘모리, 굿거리, 자진모리의 김채류설장구 등 선생님께 배운 것들을 무

대에 녹이려 했죠. 제자들이 다함께 선생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공연을 올려 신명과 그리움이 뒤섞인 무대였달까요. 무대를 준비하는 내내 스승님의 가르침이 떠올라 뭉클했죠.”

그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전남 보성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더욱더 우리 음악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차(茶)와 함께하는 판소리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서정미 이수자
‘제3회 보성예술문화 꿈나무육성 청소년예술제’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그 사이 지역명소를 활용한 힐링콘서트를 두 번 치렀고 ‘보성 꿈나무 육성 청소년 예술제’는 4회를 맞았다. 이를 통해 누구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가운데 ‘제4회 남해안남중권예술제’를 유치해 ‘제2회 보성군민종합예술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는 데 기여했다.

“제가 지금껏 배우고 익힌 현장 경험을 십분 발휘해 지역예술인, 지역민의 삶이 예술문화로 행복한 삶이 되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사명감을 갖고 우리 고장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및 융·복합형 예술문화 지향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죠.”

그는 사라져 가는 우리 소리를 알린다는 취지로 푸르미예술단을 2006년 결성해 이끌고 있다. 푸르미예술단은 언제나 소나무처럼 푸르고 희망차게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다. 단원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로 구성돼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라져 가는 우리 것이 늘 아쉬워요. 제가 제자 양성에 매달리는 이유죠. 그래서 누구나 우리 소리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푸르미예술단을 창단했습니다. 푸르미예술단은 보성지역 노동요와 정월대보름에 선조들이 즐겼던 놀이 등 다양한 우리 소리를 전승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서 이수자는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들려줬다.

“국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죠. 국악을 매개로 지속적 행복을 전할 거예요. 성심성의껏 전통예술을 전달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싶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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