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매력 재즈…"아직 쉼표 찍기엔 멀었죠"
[신문화탐색] 재즈 피아니스트 오세주
호신대 실기 장학생 입학…지난해 첫 앨범 발표
창단 10주년 재즈연주단체 크림컴퍼니 활동도
호신대 객원교수·한국창의예고 강사 후학 양성
입력 : 2023. 01. 05(목) 18:29
재즈피아니스트 오세주씨는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지역 예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주를 하고 있는 오세주씨.
19세기 말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유래한 재즈는 많은 뮤지션과 애호가들에 의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빠른 템포의 ‘비밥’, 차분하고 부드러운 ‘쿨 재즈’, 음악적 실험이 가미된 ‘퓨전 재즈’ 등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모해온 재즈는 연주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즉흥성과 특유의 리듬감이 특히 매력적인 장르다.

이러한 재즈에 빠져 클래식을 공부하다 전향한 연주자들이 많다. 재즈 피아니스트 오세주씨 역시 그러한 케이스다.

어린 시절 그는 밖에서 공을 차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는 편이 더 즐거웠다. 여러 악기 중 마음을 가장 깊게 매료시킨 것은 피아노였다. 손으로 건반을 누르면 나오는 소리가 좋아 혼자 연습하고 또 연습하던 시간 속에서 피아노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중학교 3학년이 된 그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교회 반주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음악학원에서 처음 재즈를 접했다. 악보에 쓰인 대로 연주하는 법만 배웠던 그에게 코드만 보고 즉흥적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재즈로부터 규격화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늘 더 자유롭게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재즈는 연주 방법도 다양하고 클래식을 편곡해 전혀 다르게 연주할 수도 있죠. 정해진 대로 연주하는 게 아니니 늘 새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재즈 음악에 푹 빠져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한 그는 호남신학대 음악학과에 실기 장학생으로 입학해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4년간의 학교생활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존경할 수 있는 교수님과 좋은 선후배들을 만나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았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당시만 해도 광주에 실용음악학과가 자리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저는 4기 입학생이었죠. 그래서인지 교수님들과 선후배들 간의 관계가 돈독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온 것들이 지금 활동에 밑거름이 되어줬죠.”

아스트로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 ‘Jazz, Tango에 빠지다’ 공연 모습.
공연을 마친 크림컴퍼니 단원들의 모습.
2016년 군대에서 제대한 그는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2017년 ‘CBS 전국청소년 실용음악콩쿠르’에 나가 대학 일반부 1등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오 연주자는 201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국립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가는 한편, 구례 ‘산수유축제’ 개막식의 음악 편곡을 맡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21년에는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Jazz, Tango에 빠지다’를 기획해 편곡 실력을 뽐냈다.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트리오 구성에 반도네온과 트럼펫, 소프라노 연주자를 섭외해 광주시민회관 야외 무대에서 선사했다.

지난해 초 1월에는 첫 싱글앨범 ‘Wait’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Wait’는 그가 스무살 때 음악가로서의 고민을 안고 쓴 곡이다. 꿈이나 목표, 사랑 등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갈망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우리 모두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잖아요. 간절한 기다림 끝에 찾아올 따뜻한 봄을 생각하며 만든 재즈곡입니다.”

앨범은 음원사이트의 재즈차트 10위권 안에 들만큼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9월 광산문화예술회관의 온택트 작품공유회 ‘공연장 1열’에서 수록곡들을 들려줬다.

그가 속한 재주연주단체 ‘크림’은 지난 2013년 호남신학대 동문들이 모여 만든 팀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대표이자 드러머 김민호씨를 비롯해 트럼본, 트럼펫, 기타, 드럼 등 총 9명이 함께 한다. 2021년 크림컴퍼니를 정식 등록,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 등 열린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의 ‘문화가 있는 날 열린 소극장’ 공연에서 ‘Inside the Jazz Fountain’이라는 이름의 무대를 선보였다. 각자 바쁜 활동으로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 팀원들이 처음 다 같이 모여 꾸민 공연이라 의미가 더했다.

“저희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공통의 바람을 갖고 있어요. 음악을 전공한다는 게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인데다 우리나라에서 재즈는 대중화된지 얼마 되지 않은 장르잖아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지역 예술 발전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크림컴퍼니 단체 사진.
싱글 1집 앨범 ‘Wait’.
오 연주자는 현재 상명대에서 음악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호남신학대 객원교수로 근무 중이다.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와 전남예술고등학교에서 강사로도 활동한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같은 꿈을 꿔온, 함께 가야할 동료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악을 가르치는 것은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죠.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을 함께 의논하는 거잖아요.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합니다. 연주하는 것만큼이나 가르치는 활동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지난 10년을 꼬박 채워 달려왔다.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관심이 많아 편곡과 작곡 공부에 몰두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크로스오버 앙상블 친친클래식과 합동 공연을 준비해 성황리에 마쳤다. 이런 모습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번아웃이 올 때가 되지 않았냐는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쉼표를 찍기에 그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벌써 올해 자신의 두번째 단독 콘서트와 크림컴퍼니의 창단 10주년 특별기획 공연을 기획 중이다. 음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 연주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책임감이랄까 느끼는 무게감이 커요. 제가 잘해야 앞으로 이 분야에 더 좋은 후배들이 나오고 발전이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에게 배움을 줄 수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제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듣고 사랑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김민빈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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