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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관제, 산줄기주소체계로 고도화하자
손학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부 연구위원

2022. 11.27. 23:29:09

손학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부 연구위원

[기고]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일수가 감소하고 강수량도 현저히 낮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과 대형산불로의 발달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과 2021년에 482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1840㏊의 면적이 소실됐다. 이는 대략 이틀에 1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이며, 그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대략 6배 정도이다. 특히 올해 3월 4일에 울진군에서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은 역대 최장 기간과 최다 범위를 가진 대형산불로 알려져 있다. 강릉과 동해지역을 포함하여 2만4940㏊ 산림이 불탔으며, 주택 388채가 소실됐다.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1212대, 7만명의 산불진화인력이 투입됐다. 그간 유례가 없었던 한울 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 등 국가핵심기반시설 인근까지 산불이 확산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다.

산림청은 대형화하고 빈번해지는 산불을 예방하고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현장의 산불 관련 정보를 빠르게 취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산불취약지역에 산불감시카메라(CCTV)와 사물인터넷(IoT) 센서기반 산불화재 감지기를 설치해 산불 감지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 산불 발생 시 인공위성 영상과 사진을, 야간에는 드론의 열화상 이미지를 이용해 산불의 위치와 진행방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토대로 재난 대응의 일선에 있는 산림청은 대형 산불 발생 시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 산불상황도로 표출하고, 화선의 위치와 이동 경로 예측을 통해서 산불관제가 이뤄진다. 산불관제로 큰 산불은 헬기가 진화하지만, 재발화 위험성 제거를 위해 잔불 정리는 진화인력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이때 진화 인력과 소방장비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입하느냐가 조기 산불진화의 관건이 된다. 진화인력에 대한 산불관제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몇 개의 존(zone)으로 나누고 각 지역별로 가용한 진화요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관제센터에 있는 공무원이나 진화인력도 현장의 지형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불 발생 현장까지 직선거리로는 수백미터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능선에 막혀 수천미터를 돌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산불 현장의 급박한 상황속에서 전달된 A존 지역, B존 지역은 산불진화 요원에게는 너무나 넓고 목표 지역이 불분명한 공간범위이다. 산지지형을 잘 아는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현장에서 적재적소에 진화인력이 투입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제 산불관제센터의 산불 관제원과 현장의 산불진화요원이 ‘이 산이 아니라 저 산’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과학적인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두대간으로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의 복잡한 산지지형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마을 뒷동산까지 연결된 하나의 산줄기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한반도의 동서를 나누는 분수계인 백두대간이 있고,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8대강의 유역분수계 경계인 정맥이 있으며, 백두대간과 정맥에서 발원하는 크고 작은 하천의 유역분수계 경계가 다시 하위 수준의 산줄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 산줄기 연결망에 주소를 부여해 산을 손금 들여다보듯이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줄기 연결망에 행정구역 명칭과 광역·지역·마을 등 위계를 결합해 산줄기 구간별로 산줄기 주소체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도시지역의 도로 구간마다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 도로명 주소라면 산줄기 구간에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 산줄기 주소체계이다. 산줄기 주소체계가 구축된다면 산불관제센터에서 산지지형 특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산불진화 인력에게 어떠한 루트를 통해 산불 발생지점에 접근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게 되고, 잔불처리 후 퇴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산불진화와 관제가 현장의 산지지형 상황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산줄기 주소체계의 이용은 산불진화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산림의 조림과 숲가꾸기 벌채에도 이용할 수 있고, 산을 등반하시는 분들이 자세한 등반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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