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사파리 아일랜드' 역사속으로
도, 2012년 1300억 규모 추진…국비·민간유치 실패 9년째 방치
신안군서 매입…동물+전통문화 '아일랜드 주토피아' 만들기로
입력 : 2021. 10. 26(화) 18:40
민선 5기 전남도에 의욕적으로 시작된 ‘사파리 아일랜드 조성사업’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고립된 섬에 1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수천 마리의 동물을 입식해 사파리 테마단지를 조성한다는 거창한 계획이 부지 매입 후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민자 유치를 이끌어 내지 못하다 전남도가 예정 부지를 신안군에 매각하게 된 것이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도의회로부터 ‘2021년도 제5차 정기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승인받은 신안 도초도 ‘사파리 아일랜드 사업 부지’ 282필지 80만1656㎡를 신안군에 매각하기로 하고, 감정평가기관의 감정을 거쳐 최근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부지는 민선 5기 박준영 도지사 재임 당시인 지난 2012년 10월부터 총 67억5700만 원을 들여 매입했으며, 전남도는 신안군에 83억4700만 원에 매각했다.

사파리 아일랜드 조성사업은 박 전 지사가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민선 5기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신안 도초도 일원 118만7000㎡에 민자 814억 원 등 1324억 원을 투입해 90여 종, 2000여 마리의 동물을 입식해 국내 최대 사파리 테마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토지 매입과 기본계획 용역 등에 67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을 제외하고 국비 반영과 민자유치 등이 이뤄지지 않아, 2014년 9월 민선 6기 도지사 직무 인수위원회와 전문가 자문결과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 연륙·연도교가 완성되는 등 섬 접근성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추진하는 장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었다. 앞서 지난 2013년 감사원으로부터 경제성 분석이 왜곡돼 막대한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받기도 했다.

사업이 중단된 이후 농지는 사용·수익허가(2016년 5월)로 농경지로 활용될 뿐 사파리 테마단지 조성을 위한 이렇다 할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됐다.

이처럼 전남도가 추진했던 사파리 아일랜드 조성사업은 9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도초도 부지를 매입한 신안군은 이곳에 ‘아일랜드 주토피아(Island Zootopia)를 추진한다. 사업비 1252억 원을 들여 초식동물 사파리와 펫공원, 동물테마파크, 전통문화지구, 숙박지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파리 아일랜드 부지가 신안군에 매각됨에 따라 전남도가 민자유치 방안 마련 부실 등 9년 넘게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난과 함께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중단했다는 아쉬움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교통이 불편한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접근성 문제가 크고 경제성도 떨어지는 사업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천사대교가 개통돼 암태도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한 상황이고,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암태 추포~비금 구간이 포함돼 조만간 연도교 건설이 가시화 되는 등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사파리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주토피아가 동일 사업은 아니지만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란 점을 감안, 전남도가 성공시키지 못했던 사업을 신안군이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처음 사업 계획이 수립될 당시에는 공허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현재는 연도교 건립이 속속 이뤄지고 있어 섬 개발이 용이한 상황이다”며 “도초도 부지를 매입한 신안군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아일랜드 주토피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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