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가인상 주범은 농축산물이 아니다
김원일 농협 전남지역본부 부본부장
입력 : 2021. 04. 07(수) 02:09
지난 3월 4일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상승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을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몰고 있어 농업계는 억울해 하고 있다. FTA 등 시장개방 확대와 각종 자연재해는 물론 코로나19 영향으로 농업·농촌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최근 외국인 근로자 입국지연 및 숙소문제 그리고 AI 등 가축질병이 지속됨에 따라 한숨이 깊은 상황인데, 일부 농축산물의 가격 상승을 천정부지 장바구니 물가, 인플레 경고, 밥상물가 비상, 소비자물가 폭등, 농수축산물·식료품·비주류음료 주도 등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농축산물을 소비자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보도 하고 있어 농심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그럼 ‘농축산물 가격이 물가와 국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답은 그렇게 영향이 크지 않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표적인 것이 ‘엥겔지수’다. 엥겔지수란 가계의 총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식료품비는 소득과 관계없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소비가 이뤄지는 항목으로 소득이 늘어난다고 식료품비가 정비례로 늘지도 않기 때문에 소득이 오를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엥겔지수는 12.88(외식제외)으로 전년대비(11.4) 소폭 올랐다. 비주류음료지출을 포함해도 16.94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 만큼 국내 농산물 가격이 다른 물품 가격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뜻이다. 또한 전년대비 엥겔지수 증가 이유는 가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 증가,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외식(만남)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한 영향 그리고 1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 먹거리관련 제품이 다양화 된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가중치’로도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965년부터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 조사 지역과 품목이 변해 왔으며, 전체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 중 1만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480여개 품목에 대해 38개 지역에서 가격을 조사한 뒤 품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지수를 작성한다. 여기서 가중치는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상품의 비중에 따라 정해지며, 가중치가 클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가중치의 총합은 1000인데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77.1이다. 즉 한 가정의 총 소비 지출액이 1000원일 때 농축수산물에 쓰는 비용은 77.1원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 전월세는 93.7, 공공서비스(가스·전기·수도·공동주택관리비 등) 142.5, 개인서비스(학원·급식·진료비·여행비 등)는 315.3으로 농축수산물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오른 쌀값은 우유와 같은 4.3, 달걀도 2.4 수준이며 무, 양파, 마늘, 고춧가루, 감자, 닭고기 등 주 식재료 대부분은 1~2인 반면에 휴대 전화료는 36.1, 커피 6.9, 맥주 6.5 수준이니 상호 비교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쌀값이 올라 20㎏ 1포당 6만원 수준이다. 밥 한 공기는 쌀 103g이니, 쌀 20㎏은 밥 194공기가 나온다. 여전히 밥 한 공기 쌀값은 309원으로 자판기 커피, 라면 한 봉지, 껌 값보다도 싸다.

최근 일부 농축산물 가격의 상승은 수년간 가격하락에 따른 농업인들의 재배면적 축소(수급조절)와 지난해부터 연이은 집중호우, 겨울 한파 등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부진, 고병원성조류독감(AI)의 영향에 따른 계란가격 상승 그리고 설 명절의 수요가 원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 물가상승의 원인은 집값 및 전월세 값과 유가와 국제곡물가격 상승도 있다. 정작 물가를 높이고 가계에 부담을 주는 품목은 따로 있다. 실제로 물가가중치 상위 10개 품목은 전세(48.9), 월세(44.8), 휴대전화료(36.1), 휘발유(23.4), 공동주택관리비(19), 전기료(17), 외래진료비(16.3), 중학생 학원비(15.9), 도시가스(14.8), 고등학생 학원비(14)로 농축산물은 한 품목도 포함돼 있지 않다.

농축산물은 날씨 등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클 수밖에 없고, 공급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조금만 많아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가격이 오르건 내리건 소비량은 크게 늘거나 줄지 않는 소비의 탄력성이 낮은 특성 때문이다.

농축산물 가격은 농가소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급변, 각종 농자재 및 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 등으로 농가소득은 2019년 말 기준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62.2% 수준으로 낮다. 특히 농업소득은 20여년 째 제자리다. 1995년 1046만원, 2000년 1089만원, 2010년 1009만원, 2019년 1026만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채소 값이 급등했을 때 소비자는 해당품목의 소비를 줄이거나 미루고 또는 대체소비 등 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할 수 있다. 농업계는 이러한 농축산물의 특성과 물가지수 그리고 농업소득의 정체 등에 대한 언론과 소비자분들의 이해를 바라고 있다.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농축산물 소비 위축과 농가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언론도 이상기후와 가축질병에 따른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한 일부 품목을 가지고 더 이상 농축산물을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모는 여론 몰이식 보도는 삼갔으면 한다. 대신 5100만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그리고 농업·농촌에 미래를 심어주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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