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없는 전두환 유죄 불구 집행유예 아쉽다
여균수 주필
입력 : 2020. 11. 30(월) 18:11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을 받을 전두환 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감옥살이를 면하게 하는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어제 전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전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헬기 사격 여부였는데, 재판장은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로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조 신부가 목격한 5월 21일 상황을 중심으로 유죄를 판단했다.

전 씨에 대한 유죄 선고는 1980년 5·18 당시 신군부가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헬기에서 사격을 한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 씨에게 감옥살이를 면하게 해준 것은 많이 아쉽다. 집행유예는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씨는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5월 학살의 최고책임자이면서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자이다.

어제 재판장이 형량을 선고하기 전 5·18 민주화운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전 씨는 재판 내내 시종일관 조는 모습만을 보였다.

재판이 끝나고 퇴정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이 전 씨에게 접근해 “재판 결과 받아들이느냐”, “광주 시민과 국민께 사과 안 하느냐”고 물었으나, 전 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량에 올라탔다고 한다.

명예훼손 1심 재판은 끝났다. 하지만 전 씨는 5·18 당시 최초 발포 명령권자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5·18 진상조사위원회가 전두환을 직접 조사해 그의 반인륜적 범죄를 세상에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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