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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일상 시적 은유로 읊다
김호균 시인 등단 26년만에 첫 시집 출간
삶의 통찰력 투영…4부로 구성 54편 수록

2020. 10.21. 20:02:38

김호균 시인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세숫대야論’이 뽑혀 등단한 광주 출생 김호균 시인(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 위원)이 데뷔 26년만에 첫 시집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를 걷는사람 시인선 스물아홉 번째권으로 펴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세상 아래에 자리한 것들에 구명하며 시작(詩作)활동을 지속해 온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오래 묵힌 작품인 만큼 한 편 한 편이 가지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발밑으로부터 생의 구심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데뷔 26년 만에 첫시집을 내는 시인이야말로 가장 문제적 시인일 수 있다. 게을러서이든, 끝없는 자기 검증 탓이든, 이처럼 긴 호흡을 거친 뒤 시집을 펴낸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는 한국의 시인들이 금쟁이, 짱뚱어, 놋세숫대야, 염소 등 잘 다루지 않는 소재적 새로움이 매혹과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편들은 이미 서랍 속에 묻어 버린 익숙하지만 낯선 오브제들이 시의 중심 메타포를 이루고 있다. 색이 바랜 듯한 소재들이 뒤통수를 때린다. 이는 분명 낡아 있으나 새로운 ‘동시성’과 ‘중첩성’의 강렬한 쾌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가 기발한 오브제들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세상 그 속에 있되 세상 그 속에 빠지지 말라”이다. 네 편과 내 편, 적과 동지만이 가능한 세상에서 그는 어느 편도 아닌 ‘짱뚱어’이거나 ‘소금쟁이’다. 또 하나의 눈, 즉 ‘제3의 눈’이고자 한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위해 시인은 26년의 시간을 지켜봐 온 셈이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소금쟁이와 짱뚱어는 모두 일종의 ‘경계’를 제 영역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호수의 가장 낮은 곳이자 고인 물의 최상부인 수면에 가늘고 긴 네 가닥의 발을 딛고, 두 세계가 가해 오는 압박을 삶의 조건으로 살아가는 소금쟁이의 영역, 그리고 밀물과 썰물의 운동 속에서 뻘밭이자 바다이기도 한 영역을 생존의 터로 삼는 짱뚱어가 시인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읽힌다.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이번 시집은 ‘슬픈 순환’을 비롯해 ‘진달래는 메가폰이다’, ‘생명을 틔우는 마술’, ‘최후처럼 주저앉고 최초처럼 일어서는’ 등 4부로 구성, 삶의 통찰력이 투영된 작품 54편이 수록됐다.

발문을 쓴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김호균이 감추어진 은유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식물과 동물과 늙은이들, 그리고 무덤에서다. 이것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지상에 발붙이고 있거나 뿌리내리고 있거나 묻혀 있거나 곧 묻히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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