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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추석’에 펼쳐진 ‘명절 대작전’
광주 결식우려 어르신에 ‘영양 만점’ 연휴 음식
사랑의식당·시니어클럽 등 6500인분 조리·배달

2020. 09.28. 17:35:18

광주 남구 서동에 위치한 ‘사랑의식당’ 직원들이 28일 수천인분의 명절 음식을 만들어 식당을 찾아오는 결식우려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대체식만 드셔온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추석만큼은 따뜻한 집 밥을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온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올해는 민족 대명절이 오히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의 최대 고비로 손꼽히면서 귀성과 역귀성을 자제하는 ‘이동 멈춤’ 운동이 확산, 선물과 명절 음식도 택배와 배달 등으로 전달하는 비대면 추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비대면 추석마저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코로나19로 가중된 경제적 어려움 속에 홀로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독거노인 등 결식우려 어르신들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이들이 명절이면 잠시 모여 따뜻한 밥 한끼 해결할 수 있었던 경로식당의 문마저 닫게 만들었다.

이렇듯 어르신들이 어느 때보다 외로운 명절을 보내야 할 상황에 놓인 가운데 광주지역 경로식당들과 노인복지시설들이 어르신들의 추석 연휴 끼니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매년 명절이면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 마련에 분주했던 지역시설들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정성껏 명절 특별식을 준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직접 비대면 배달까지 나선 것이다.

특히 남구에서는 명절을 이틀 앞둔 28일 어르신들이 연휴 기간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명절다운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무려 65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추석맞이 대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남구와 함께 나눔행사에 동참한 사랑의식당(분도와 안나 개미꽃동산), 남구노인복지관, 양지종합사회복지관, 대한노인회 광주시연합회, 광주 남구시니어클럽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외계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이곳들은 소속된 단체와 활동 범위도 제각각이지만 어르신들이 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같았다.

실제 이날 이른 아침부터 모인 광주 남구노인복지관 직원들은 음식을 정성스레 포장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광주남구노인복지관 직원들이 택배 박스에 식혜와 송편 등 각종 음식을 담아 ‘사랑의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이곳 노인복지관 평소 무더위쉼터와 각종 프로그램, 경로식당 등을 운영해 하루에도 수백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오던 곳이다.

점심시간 찾아오는 어르신들만 하루 평균 45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광주에 영향을 미친 올해 2월부터는 임시폐쇄돼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그대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코로나19 이후로도 매주 월요일 간편식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에 라면과 햇반, 간단한 반찬 등이 담긴 검은 봉투 하나만을 들려 보내야만 했던 상황은 직원들의 마음 속에서도 응어리가 되고 있었다.

이날 직원들과 복지도우미들은 그간의 한이라도 풀듯 영양사의 진두지휘 아래 식당에 일렬로 늘어서 품목별 음식을 포장하는 손길을 분주히 옮겼다.

이렇게 차곡차곡 담긴 음식들은 이곳을 찾아온 어르신 290여명에 전달됐다. ‘밥 꼭 챙겨드시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시라’는 덕담은 덤이었다. 직원들은 찾아오는 이들이 뜸해지자 팀을 나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39명을 위해 직접 집으로 도시락 배달을 떠나기도 했다.

남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지난달 초 광주지역 코로나19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여 비대면 칸막이 설치 등 어르신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결국 문을 열 수 없었다”면서 “최근에도 어르신들로부터 ‘언제쯤이나 다시 나갈 수 있나’ 등의 전화가 많이 오지만 조심하셔야 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추석 음식 비대면 배달’에 나선 광주 남구시니어클럽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대량의 전을 부치느라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남구시니어클럽 관계자들이 28일 주월동통합거점경로당 식당에 모여 명절음식을 요리하는 모습.


마련된 음식들은 찰밥과 달콤한 식혜·약과, 추석이면 빠질 수 없는 송편과 전, 따끈따끈한 육개장과 미역국, 이제 막 담근 김장김치,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는 장조림, 부족한 영양분을 챙길 수 있는 과일 등이었다.

배달 꾸러미를 만든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양림동, 방림동, 주월동 등으로 배달을 떠났다.

음식은 비대면 방식으로 전달됐는데, 문 앞에 추석 꾸러미를 둔 직원들은 초인종을 누르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시니어클럽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동일한 방식의 배달을 해온 터라 어르신들은 익숙한 듯 집에서 빼꼼 나와 음식을 들고갔다. 일부 어르신들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 했지만 직원들은 ‘얼른 들어가서 식사 하시라’며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로 끼니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그냥 돌려 보내지 않았던 ‘사랑의 식당’도 이날 ‘추석 음식 나눔’에 나선 봉사자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평소 챙기던 건강 도시락이 아닌 명절 특별식을 마련한 사랑의 식당은 굳게 잠겼던 철문을 열고 1m 간격으로 줄을 선 어르신들에게 일일히 음식 바구니를 건넸다.

같은날 양지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도 떡과 산적, 과일 등을 중심으로 한 456인분의 ‘명절 특별식 포장·배달’에 한창이었다.

이곳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반찬과 국 등으로 도시락을 구성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달해왔는데 이날도 복지관 내 식당에서 명절음식이 가득한 도시락을 구성해 2시간 가량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맞이했다. 어르신들은 시설 이용이 제한돼 안쪽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지만 연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대한노인회 광주시연합회도 이날 남구에 거주하는 지역 어르신 30여명에게 추석 음식 9가지 담긴 ‘사랑의 꾸러미’를 전달했다.

노인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는 식당 내 감염 예방을 위해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상하지 않는 가공 식품만 드릴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며 “부디 추석만큼은 어르신들이 영양 잡히고 풍족한 식사를 챙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남구 곳곳에서 펼쳐진 ‘추석맞이 대작전’으로, 독거노인 등 지역어르신 1078명에게 각각 정성이 담긴 6일치의 명절 음식이 전달됐다.

방림동에 거주하는 김모 할아버지(81)는 “코로나19로 먼 친지들도 광주에 오지 못한다고 해 올해는 차례상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답답했다”면서 “바쁠 텐데 음식까지 직접 가져다 준 덕분에 올해 추석은 든든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여파 속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단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복을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국 기자 stare81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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