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5% 인상 확정' "아쉽다…보완 대책 필요"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난 가중" 불만 커
입력 : 2020. 07. 14(화) 19:37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지역 경제계는 아쉬움을 표하면서 중소·영세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역대 최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보다 130원 오른 것이며 1988년 최저임금 도입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상승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경제계에서는 논평을 통해 대부분 ‘수용하지만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고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광주경총은 “이미 몇 년 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고, 코로나19로 경제 역성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 사이에서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는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상의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 경영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저 수준이어도 경제계에서는 아쉽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 결정을 승복하고 존중하지만 노동계에서도 만족하기 어려움 이런 결정이 내려지게 된 지금의 경제 상황이 안타깝다”고 평했다.

최소한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고 요구해온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들의 지급 능력과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법적·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현장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명업체 A대표는 “경영자 입장에서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터라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되길 바랐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자칫 정규직 직원들보다 생산 라인에서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직원들의 임금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공작기계 생산업체 B대표는 “산단 내 기업대표들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했었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니 이건 중소기업들은 죽으란 소리다. 신규 채용은 이미 물 건너갔고, 인원 감축까지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불만을 터트렸다.

정년퇴직 이후 서구 치평동 한 아파트 단지에 편의점을 차린 최모씨(68)는 “편의점을 운영한 지 7년여가 됐는데, 가면 갈 수록 오르는 최저임금에 3년 전부터 아내와 번갈아가며 오전과 야간 업무를 직접 보고 있다”며 “하루 8시간 정도 일하는 직원을 뽑고 싶은데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4시간 단위로 일할 직원을 구하고 있지만 막상 구직을 희망하는 면접자들은 8시간 이상을 원해 채용마저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직원들의 월급과 물건 값, 임대료 등을 주고 나면 월 수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당장 내년부터 우리 부부의 일하는 시간을 매주 100시간 가량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신모씨(37)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이 부담스러워진 만큼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고 당장 야간 업무를 직접 나와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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