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그려진 풍경
김광훈 전남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입력 : 2020. 07. 02(목) 18:39
김광훈 전남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문화산책] 천리만리 이국땅을 돌아 7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안긴 147명 호국 영령의 충혼이 어린 유월의 마지막 빗줄기는 우리들에게 눈부시도록 푸르른 한 폭의 청록산수화로 칠월을 열어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처럼 누리는 평화(平和)는 폭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연기처럼 사라져간 고귀한 희생의 유산(遺産)이다.

극작가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시(詩)‘그대를 여름날에 비유해도 될까요?’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에서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여름날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숨 쉬고 볼 수 있는 날까지 불멸의 노래로 그대에게 생명을 준다는 시어(詩語)처럼 참전 용사의 청춘은 변함없이 우리의 여름날로 함께 할 것이다.

그토록 그분들이 살아 돌아와 보고 싶었던 이 산하(山河)와 들녘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화폭에 산수화로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중국회화사에서 인물의 배경으로 그려졌던 산수화가 독립된 주제로 표현되기 시작한 시기는 남북조 수당(隋唐)시기로 본다.

동진의 화가 고개지(顧愷之)는 ‘그림은 인물이 가장 어렵고 다음은 산수이고 다음은 개나 말이다’(凡畵, 人最難, 次山水, 次狗馬)라고 위진승류화찬에 전한다.

산수화는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와 정신적인 품격을 중시하였고 수나라 전자건展子虔)이 그린 유춘도(遊春圖)를 최초의 산수화로 보고 있다.

이후 당대(唐代) 이사훈(李思訓)과 이소도(李昭道) 부자(父子)의 금벽산수(金碧山水)와 청록산수(靑綠山水)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다.

실제 소나무로 착각한 새들이 날아와 부딪쳐 죽었다는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되어 몽골의 침략으로 소실된 솔거(率居)의 황룡사 노송도(老松圖)가 바로 청·녹·갈·적색을 쓴 청록산수화풍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화풍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한국화의 기반을 이룬 시기를 1700년(숙종)前後로 추정한다.

이 시기 실학을 중심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진경산수와 풍속화가 성행하였으며, 관념적인 풍경으로 산수화가 아닌 사물과 대상의 표현하고자 할 때 물상(物象), 물성(物性) 그리고 물리(物理)와 같은 이치를 통해 만사(萬事)와 만리(萬理)를 깨닫는 것이 바로 진경산수화의 중요한 경향으로 본다.

또한 조선의 사상과 문화적 영향을 담고 있는 진경(眞境)은 경치(景)로 해석하기 보다는 선경(仙境)으로 기록되어 전한다.

물론 조선후기에 실경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하는 진경(眞景)과 실경(實景)은 학계의 뜨거운 논의와 연구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작품을 감상할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근래 현대 한국화의 탈(脫)전통 현상은 기념비적인 미술사조와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동(同)시대의 시각과 감성을 담아내고자 형식적이고 관념적인 조형의식과 표현양식이 아닌 현대인의 만사(萬事)와 만리(萬理)를 깨닫고 마음속에 그려진 조화로운 미적 풍경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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