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섬을 가다]日 극복·세계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 ‘장도’
<15>역사를 품은 섬-장도
부두접안시설 발견…청해진 제국의 관문 역할
왜구 대량학살에 '이혈총통' 만들어 전국 보급
이순신 '호남제일번' 칭송…임진왜란 승리 조력
입력 : 2019. 08. 18(일)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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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적 제308호로 1984년에 지정된 장도의 청해진유적으로 현재 그 성터를 복원해 놓았으며 교량을 가설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장도 옆에 위치한 장보고기념관. 장보고는 해상무역활동에 있어서 일본과 중국을 뛰어넘는 청해진제국을 건설했다.
완도 장도. 세계로 나아가는 게이트이자 일본을 극복하는 신기술을 만들어낸 통로였다. 남북국시대 도자기 및 조선시대 미사일인 대장군전, 각종 대포 및 총통을 한반도 전역으로 보급하는 길목이었다.
장보고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청해진제국의 교관선. 앞에 가리포상이라고 표기된 조선시대 미사일인 대장군전이 복원, 전시돼 있다.
완도 장도부근에서 발견된 이혈총통으로, 조총의 기술을 습득해 1583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무기로, 그 몸통에 가리포상이라고 분명하게 만든 곳을 표시하고 있다. 총통의 길이는 54.3cm, 높이는 4.6cm, 무게는 3916.5g이다.
완도 장도에서 대양을 향해 출항하는 장보고 청해진제국의 해양선단을 표현해 놓고 있다(장보고 공원).
한국사회가 일본 때문에 소란스럽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야기한 파동으로 한국사회가 항일, 반일, 극일을 외치면서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탈일본화를 외치면서 자립과 독립을 말하고 영토적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경제적 식민지로 종속돼 있다고 말하고 있는 현실이다.

성노예와 강제징병, 징용으로 이용당하고 비인간적인 숱한 만행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지배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일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이 이 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하는 식민사관을 백주 대낮에 그것도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8월 15일 광복절이 있음에도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길은 분명 있다. 다만 그 길을 찾지 않고 있을 뿐이다. 우리 한반도의 역사에서 일본은 항상 우리와 대적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요소이기에 피할 수도 또한 떠날 수도 없기에 우리가 싫어도 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까지 극복하고 살았다. 아니 일본을 압도했다. 그 길을 제시하고 있는 전라도의 섬이 있다. 완도의 장도이다.

장도는 1984년 국가사적 제308호로 지정된 12만여㎡의 작은 섬으로 완도에 있다. 장도는 작지만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게이트 역할을 당당히 했다. 그러한 사실은 청해진제국의 부두접안시설인 원목열이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인해 발견되면서부터다. 남북국시대 항구 접안시설이 발견됨에 따라 1982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술조사단이 장도 유적과 법화사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1991년 장도에 대한 발굴조사를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해 밝혀졌다.

완도는 청해진이라 했다. 청해(淸海)는 곧 바다를 평정한다는 뜻이다. 바다에서 노략질하고 해적질하는 노예상들을 제거하고, 신라골품제 사회의 종속적, 계급적 노예에서 해방시켜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능력을 발휘케 했다.

청해진제국의 철학이 깃든 말이다. 장보고의 가치이다. 인간의 평등과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인류역사상 가장 먼저 주장했고 그것을 현실 세상에서 실현해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게 만들고 일본과 중국까지 장보고를 따르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장보고를 신(神)으로 추앙하고 따랐다.

또한 중국도 장보고가 중요한 사업파트너였다. 그래서 장도 인근에 대단위 도자기 제조시설을 만들었고, 완도의 풍부한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이용해 청해진제국을 건설, 세계적인 상업세력을 형성했다. 척박하고 희망이 없게 보이는 한반도에서 이룩한 성과이다. 그 길목이 장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라는 정치적 진영논리에 의해 막무가내로 그를 배척했다. 그리고 암살했다. 청해진제국의 영화는 벽골제의 뒷이야기로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보고가 청해진제국을 건설하면서 내세운 가치와 방법론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무려 1200년 전에 기획하고 실행해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장보고 이후 일본이 한반도에 저지른 만행은 이루 차마 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제강점기 뿐만 아니라 과거 임진왜란 때도 그 악행은 극에 달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한국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말해주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도쿄의 ‘코무덤’이 만행을 반증해주고 있다.

어제 오늘 한 두 번의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가해온 섬나라 왜구들이 자행했던 침략이었다. 그 침략의 바탕에는 힘[力]의 논리가 숨어 있다. 일본은 힘이 아니라 역(役)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들은 힘이 있을 때는 항상 침략했다. 1910년의 한일합방도 그것이다. 그들은 이전에는 정벌(征伐)이라 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한반도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 강변한다. 침략을 부정하고 한반도가 잘못 했기에 그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번 7월 28일 경제제재도 마찬가지. 아베의 경제보복 이유도 일제 강점기에 주장했던 바와 아니, 임진왜란 당시의 논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곧 한국이 잘못했기에 일본은 벌을 준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숱은 왜란과 왜변, 침략을 자행하고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논리이다. 그러한 일본의 지배논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일본과의 마찰은 불가피하고 또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일 수도 있다.

장도는 함축적으로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1959년 완도 장도 부근에서 이혈총통이 발견됐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생산지가 분명하게 표기된 우리나라에 단 두 정밖에 없는 보물이다. 1583년에 완도에서 제작됐고 바로 장도가 이혈총통을 만드는 군기시를 드나들던 입구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기를 만든 곳이 분명하게 표기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딱 두 개밖에 없다. 완도 가리포상 ‘대장군전’과 ‘이혈총통’이다. 이것이 장도를 통해 유통됐다. 완도 장도는 장보고가 청해진제국의 출입구로 이용했던 섬이자 조선이 군수물자를 보급하기 위한, 극일을 위한 통로였다.

일본은 1543년 포르투갈로부터 입수한 소총을 복제해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네가시마(種子島) 총이다. 이 무기를 가지고 왜구들이 처음 침략한 곳이 가리포였다. 1555년 을묘왜변이라고 하는 가리포왜변이다. 신형 함선과 조총으로 무장한 왜구들이 침략한 것이다. 당시 가리포성(현 완도군청 자리)에 있던 사람들 600명이 학살당했다.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자행한 이런 대량학살은 세계 그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만행이었다. 분명하게 사죄해야 할, 인간에 대한 죄악을 저지른 일본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그날의 참상을 “모두 살해당하고, 남김없이 불태우고 노략했으니 통분한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가슴이 아려온다.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1583년 조총의 기술을 습득해 이혈총통을 만들었다. 그날의 참상을 잊지 않기 위해 총기에다 ‘가리포’라 새기고 그것을 장도를 통해 우리나라 전역으로 보급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청 자리에 있었던 군기시(軍器寺)에서 만든 것은 ‘군상(軍上)’이라 했고, 완도 군기시에서 만든 것은 ‘가리포상(加里浦上)’이라 표기했다.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대장군전과 이혈총통의 몸통에 남아 증거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완도를 ‘호남제일번’이라 했던 것도, 또한 고금도에 삼도수군통제영과 조명연합수군본영을 설치한 것도 이런 완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었고, 장도를 통해 수급됐던 조선의 군수물자 덕분에 일본과의 7년 전쟁에서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완도에서 만든 신무기(총기와 대장군전 등)와 거북선과 판옥선 등의 신기술 역량이 조선을 지켜낸 것이다. 청해진제국의 입구였던 장도가 그 통로 역할을 했다.

섬은 작지만 장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장보고가 진출입구로 사용했고, 왜 이순신이 사용한 무기에 ‘가리포’라고 새겨져 있을까? 이는 일본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일본을 극복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장도라는 아주 작은 섬이 오늘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전라도의 섬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힘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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