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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
공동체의 힘…‘한솥밥’에 희망을 담다
70년대 이후 쇠락…주민·청년 주도 新문화마을 도약
‘가마솥 부뚜막’·‘뽕뽕브릿지’등 우수 프로그램 ‘주목’

2017. 03.02. 15:46:20

낙후지역에서 新문화예술마을로의 발돋움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활성화에 모범이 되고 있는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주민들.

혼술과 혼밥이 유행하는 요즘, ‘마을’은 빛바랜 유산이다. 삶이 고단해지며 관계는 일종의 사치가 됐다. 이웃사촌이나 품앗이는 추억 속 먼 얘기다. ‘혼자 살다 혼자 죽는’ 무연사회는 혼자 사는 것의 편리함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무관심과 경쟁만이 현대사회를 사는 해답일까.

광주에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때의 마을은 과거로의 뒷걸음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실험적인 시도다. 무대는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 회색빛 달동네에 발랄한 색깔이 입혀졌다. 발산마을의 실험은 어떤 결말을 낳을까? 무엇보다 마을이 개인을 구할 수 있을까? 모든 질문에 마하트마 간디의 입을 빌려 답해본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공동체의 힘으로 도시재생

양3동에서 수확한 배추로 사랑의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는 주민과 관계자들.
10명 중 4명이 노인인 동네.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월 100만 원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마을.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이다.

발산마을은 1970~80년대 방직산업이 호황을 이루며 성장했으나 방직공장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인구가 급감하고 빈집이 생겨 지금은 웬만한 아파트 한 동 입주민보다도 훨씬 적은 153명이 살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했다. 관용적인 도심재생에 따라 재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시설, 고소득층을 위한 주거환경이 마련되면 원래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발생이 예상됐다.

서구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과 지역이 가진 생태계를 보존하되 이를 자산삼아 발전키로 했다. 지난해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발산마을 가마솥부뚜막공동체’가 가동됐다. 주축은 공무원이 아닌 발산마을 자생단체장과 주민, 활동가가 맡았다.

마을주민이 지닌 강한 마을애착심이 열쇠였다. 주민들은 2006년부터 ‘우리 스스로 마을을 가꾸자’며 자발적으로 광주천변 인도보도블럭 사이에 나온 풀을 제거해오고 있었다. 대부분이 30년가량 정착해 살아온 토착민인 덕에 주민들은 높은 공동체 활동 의지를 보였다.

서구는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을 마련해줬다.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새뜰마업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샘몰경로당과 시설을 정비했다. 지난해 4월에는 주민과 지역작가의 재능기부로 샘몰경로당 내 부뚜막이 설치됐다.

부뚜막에 놓인 커다란 가마솥은 발산마을의 원동력이 됐다. 한 달에 한번 마을 주민이 한데 모여 백숙, 떡국, 수육 등 음식을 나눠 먹었다. 말 그대로 한솥밥 먹는 사이가 되며 유대감은 더욱 돈독해졌다.

또한 발산마을 견학·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직접 지은 밥과 국, 반찬을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 세 달 만에 총 4회, 110명에게 식사를 제공한 성과를 거뒀다. 가마솥에서 발생한 수익은 경로당운영비와 마을축제기금 등으로 지역에 돌아와 선순환 구조를 그렸다.

가마솥데이가 지역 특화사업으로 정착하자 관광자원으로 발전했다. 마을주민은 관광해설사로 나서 관광객을 만났다. 오랫동안 마을에 산 주민이 직접 마을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들려주는 마을투어와 마을역사교실도 함께 운영했다.

주민 주도 마을공동체 사업은 수상실적으로 나타났다. 가마솥부뚜막공동체 운영은 제15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우수상 2개와 장려상 2개를 각각 수상했다. 주민자치와 지역활성화, 평생학습 등 분야별로 고르게 선정돼 마을공동체 형성 과정이 높게 평가됐다.



△빈 공간을 문화로 채우다

발산마을 샘몰경로당에 설치된 ‘가마솥부뚜막’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주민들.
마을이 갖고 있던 역사를 존중하며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문화를 심는 사업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광주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공미술 프리즘과 협력한 발산창조문화마을 사업은 마을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삭막한 마을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마을에서 추출한 색과 패턴으로 화려하게 단장했다. 열정(붉은색계열), 도전(푸른색계열), 휴식(초록색계열)을 콘셉트로 나눈 세 가지 청춘길엔 주민이 생각하는 청춘의 의미와 주민이 청춘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새겨졌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하던 108계단은 소통의 공간이자 다양한 문화행사의 무대로 변신했으며 빈집을 활용한 청춘빌리지 1호는 마을주민과 관광객 누구나가 들러 쉴 수 있는 카페로 재탄생했다.

디자인이 채워지니 관광수요도 생겼다. 마을에 1박2일 동안 머무르며 주민집밥, 민박, 게임활동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인 이웃캠프는 5회까지 진행되며 순항 중이다. 관광으로 새로운 마을일자리가 생겨나 주민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카메라로 일상생활과 마을 곳곳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과 기억을 남기는 ‘할배·할멈 포토그래퍼’ 프로젝트도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 마을 축제때 ‘진짜 아날로그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전시회도 진행돼 호응을 끌었다.

단순 환경개선을 넘어 예술작품을 통한 마을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 발산마을미술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14~2015년 13명의 작가가 참여해 11개의 작품이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의 얼굴을 형상화해 주민을 마을을 지키는 정승으로 표현한 백상옥 작가의 조형물 ‘발산을 지키는 영웅들1,2’은 관광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작품이다.

예술작품 전시공간 뽕뽕브릿지는 청년예술가와 마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예술가의 원주민화를 목표로 10년된 가구보관창고를 개조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싱가포르 작가 코으왕화는 세 달 동안 마을에 머무르며 관찰한 결과를 작품화했고 서영실·박화영 작가는 ‘발산포타미아’를 주제로 작업보고회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별이 뜨는 발산마을’이라는 주제로 주민이 직접 쓴 가훈을 문패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발산마을이 문화예술마을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윤소영 책임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마을 자생력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동체 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지역의 건강한 생활문화를 존중하고 그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소통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조언했다.


고귀한 기자 pressgh@gwangnam.co.kr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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