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역사 속 변화 코드…개성적 조형 언어로 해석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관람기
특정 작가의 작품 여러 전시장에 분산 배치 눈길
식민주의 망라 현대사·국가폭력·화산 폭발 상기
특이한 사유 투영…개막식 500여명 운집 성료도
특정 작가의 작품 여러 전시장에 분산 배치 눈길
식민주의 망라 현대사·국가폭력·화산 폭발 상기
특이한 사유 투영…개막식 500여명 운집 성료도
입력 : 2026. 09. 07(월)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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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제3전시관에서 니나 카넬의 ‘강령술사’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5일 제3전시장의 크리스티안 니암페타의 작품 ‘혁명의 장면들’을 한 관람객이 유심히 둘러보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도슨트로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이날 답변에서 윤범모 대표는 세차례에 걸쳐 대만관 명칭 변경이 이뤄졌는데 대만국립미술관으로 바뀐 뒤 다시 대만관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열이라고 그랬다. 이것이 팩트라고 전제한 뒤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나눠 접수를 받았지만 이제 필요없게 됐기 때문에 차제에 전면 재검토를 통해 혁신적으로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관련 단체들은 4일 오후 용봉동 주전시동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시위를 벌였다.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날 프레스오픈은 서울지역 방문객들이 25분여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소 지연된 가운데 시작됐다. 프레스오픈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인 단어는 ‘변화’였다. 그리고 ‘실천’이 그 뒤를 이었다. ‘변화’가 주제이고 변화를 촉구하는 시대인 만큼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곰곰히 생각(윤범모 대표)하고, 빛의 도시이자 민주주의 도시, 변화의 도시가 광주(호 추 니엔 예술감독)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이어 이뤄진 작품설명에서 눈에 띈 것은 다른 해 전시보다 바닥면을 활용한 작품이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보였다. 문명과 역사의 세심한 변화모드를 장착한 소재들을 예술가들은 새로운 조형의 언어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특히 제주 화산의 경우 연대와 공유의 경험이 변화를 추동하고, 이것이 시간의 규모에 관심을 두는 방향에서 접근했음을 설명했다. 이것 또한 변화가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서 단절이나 필연을 떠올릴 수 있는 동시에 폭발적으로 변화를 하거나, 눈치채지 못하도록 느리게 변화하는 등 그 양상을 빠뜨리지 않았다. 단순한 작가나 작품 규모 등의 확장을 꾀하기보다는 주위의 작품 전반의 밀도에 집중, 전시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 전시콘셉트와 관련해 과거 전시에서는 한 작가가 한 작품 또는 여러 작가가 팀을 이뤄 한 작품을 선보였던 패턴에서 탈피해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미기로 공언했던 만큼 이것이 지켜졌는지가 궁금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웬만해서는 다른 전시실에서 잘 보이지 않던 흐름이 완전히 불식된 점이 전시 패턴의 변화로 파악됐다.
가령 사사키 켄 및 골딘+세네비의 작품(레고 만보기)은 제2전시장에서부터 제4전시장에 걸쳐 분산 배치, 선보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수준의 전시가 비엔날레로 꼽히고 있는데 세 전시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꾀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전시 전반에 대한 친숙도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식민주의 등 역사적 사건 혹은 대재앙이나 정치적 탄압, 국가 폭력 등에 의한 작품들 속 변화 요소들을 추출하려고 노력한 작가들의 열정이 읽혀졌다. 이런 성향으로 한데 묶을 수 있는 작가들로는 진 바스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희생된 폼페이인들의 석고 주물을 선보였으며, 사사키 켄은 일본 식민주의 역사를 환기시키는데서 더 나아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도쿄하늘을 묘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낙진 등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일본의 초고령 사회 및 진압도구에 대한 이해를 통한 변화의 단서를 모색하고 있다.
로셀라 비스코티는 수하르토 정권 시절의 기억과 정치 및 종사자, 국가 폭력으로 고통받은 유가족들의 얼굴을 석고로 본떠 가면을 제작하고 각자의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피사체를 자의식에서 해방시키고 있으며, 키리 딜레나는 마르코스 딸과 마주친 기억이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쳤음을 밝혀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야 와타나베는 반군 세력과 정부군 사이의 참혹한 분쟁을 예의주시했다.
특이한 사유로 접근된 작품들이 단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비엔날레 전체 운영 시간인 총 496시간 동안 재생되며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의 흐름을 소리로 연결하는 김선익 작가의 GB 커미션 신작 ‘공장의 불빛’이나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시관 외벽 삼면에 투사돼 반성과 책임의 언어를 공공 공간으로 확장하는 제임스 T. 홍의 ‘사과’, 작가이자 안무가 안젤라 고의 GB커미션 ‘크래프트’ 같은 작품들(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 외부통로에서 구현)은 그동안 노출되지 않은 작품들이어서 유난히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85세를 맞은 사운드 아티스트 스즈키 아키오는 광주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직접 듣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장소를 선정, 이미 존재하는 광주의 소리를 발견하도록 하는 구상이 참신한 발상으로 다가왔다.
여기다 권병준·박찬경 작가의 ‘불림’ 프로젝트 또한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와함께 오월어머니집과 크리스티안 니얌페타의 작품은 작은 소품들을 한데 모은 형태가 유사해 보였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의 작품은 2022년부터 진행해온 워크숍을 통해 제작한 회화작품 322점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한 출판물로 꾸려졌고, 광주시민미술학교를 주목했던 크리스티안 니얌페타의 ‘혁명의 장면들’은 소실된 1980년대의 판화를 주목, 광주 코끼리협동조합과 함께 나눠진 빵에 수록된 작품 전체를 리놀륨 목판으로 새롭게 제작, 선보여 한참 서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 니나 카넬은 장장 15년에 걸쳐 이뤄진 작업을 이번에 처음으로 구현해 의미를 더했다.
프레스오픈에는 참여작가들과 해외 언론 등이 대거 방문, 그 어느해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시 설명에 앞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기자이자 큐레이터로 광주를 처음 방문한 Sibylle Omlin이나 두번째 방문인 Rustler 등과 대화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이중 Sibylle Omlin은 “광주가 정치적으로 좋게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올해 주제 또한 좋다”고 간단하게 소감을 전해 이채로웠다.
한편 개막식은 지난 4일 오후 비엔날레 중정 일대에서 내외빈 및 국내외 미술인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 열렸으며, 권병준·박찬경 작가의 ‘불림’ 프로젝트 영상 상영은 호응을 얻었다. 5일과 6일 주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작품들을 차분한 가운데 둘러봤다.
고선주 기자 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