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방위 대피소가 있다는데…
엄재용 사회부 기자
입력 : 2026. 09. 02(수)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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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용 사회부 기자
민방위 대피시설을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피시설이 없는 것보다 있는 곳조차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였다.

민방위 대피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위치를 정확히 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경보가 울리면 지하로 가야 한다는 정도만 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광주지역에는 동구 86곳, 서구 98곳, 남구 120곳, 북구 146곳, 광산구 127곳 등 모두 577곳의 민방위 대피시설이 지정돼 있다. 숫자만 보면 비상상황에 대비할 공간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직접 시설을 확인해보니 ‘지정’과 ‘이용’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생활안전지도에 대피시설로 등록된 한 시설은 지하주차장이었지만 외부에서는 어느 공간이 대피시설인지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표지판이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처음 찾는 시민이 어느 출입구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대피시설 위치는 생활안전지도와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을지훈련이 끝났다. 훈련 기간 동안 비상상황에 대비했지만 정작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권 주변 대피시설을 알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비상상황이 발생한 뒤 휴대전화를 꺼내 대피시설을 검색하는 것보다 평소 집과 직장 주변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민방위 대피시설 577곳이라는 숫자를 알리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 한 명 한 명이 ‘내 주변 대피시설’을 알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피시설은 지정돼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그곳을 실제로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남았다.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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