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수에즈운하와 호르무즈 해협
김상훈 주필
입력 : 2026. 03. 30(월)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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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주필

#1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북동부에 위치한 인공운하로 1869년 개통됐다. ‘운하’는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육지에 만든 물길을 뜻한다.

길이 193㎞의 이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직접 연결하는, 즉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다. 개통전 영국 런던~인도 항로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경유로 1만9800㎞나 됐는데 개통후 1만1600㎞로 줄었다. 항로가 40%가까이 단축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곧바로 세계 해상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약 50척이상의 배가 통과하는 등 세계 해상무역의 12%인 연간 2만척의 선박이 이 곳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세계 석유 해상 운송의 약 10%인 하루 약 700만배럴의 석유와 석유제품도 이를 통해 이동하는 등 에너지 운송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부터 국가간의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났지만 ‘통행 전면금지’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해 왔다.

그러다 2021년 대형 컨테이너선이 이곳에서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 6일간 물길이 완전히 막혀 하루 약 9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이 지연됐고 약 4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하며 유가급등, 운송비 상승 등이 나타났다.

2024년부터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 곳의 필수 경유지인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 많은 선사들이 이 항로 대신 시간은 10~14일 더 걸리지만 안전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호위 함정 동반 조건으로 제한적인 통행이 재개된 상태다.



#2.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얕은 만인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사이에 위치한 좁고 긴 바다다. 고대부터 15세기까지는 이슬람 상인들의 해상무역 중심지였고 16세기에는 포르투칼 등 유럽제국의 동아시아 진출기지였다. 그후 수세기 동안 관심을 못받다가 20세기 석유가 발견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다. 현재 하루 평균 21척의 유조선이 1700만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 등 전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5%,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다. 페르시아만 주변 산유국들이 생산한 석유·천연가스가 전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해상통로여서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뱃길인 셈이다.

문제는 길이 160Km에 이르는 이곳은 폭이 매우 좁은 병목형 지형으로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하고 수심이 얕고 섬도 많아 수십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항로가 왕복 6Km 정도로 제한돼 있다는 데 있다.

구조적으로 방어보다는 기뢰·소형함정·미사일·드론 등에 의해 선박이 공격받기 쉬운 지형인데다 근접해 있는 이란 해안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곳 해상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돼 전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1980년대 이란 이라크 간의 유조선 전쟁, 2010년대 후반 미국과 이란의 대립 격화로 유조선 피격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지만 전면 봉쇄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적었다. 설령 봉쇄가 되더라도 지속 기간이 짧았다.



#3.

그러던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의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에 맞서 인근 미군 기지 등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했던 이란이 최후수단인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위험 지역으로 판단만 돼도 선박 운항이 줄어드는 이 곳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 통행이 제한됐고 전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85%의 원유를 이곳을 통해 수출하는 중동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현실화됐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특히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해 정유, 화학 등 각종 파생산업을 생산해 왔던 우리나라는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 전쟁이 당사자와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이들 운하·해협을 통과하는 해상운송 대신 육상·항공운송도 선택할 수 없다. 현재 국제무역 대부분이 대량화물 장거리 운송시 단위 운임이 저렴하고, 컨테이너, 벌크, 유조선 등을 통해 한꺼번에 많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운송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의 기반이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빠른 종전 기원과 정부의 에너지 절약방침에 적극 동참하는 것 밖에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정부도 이번 전쟁을 교훈삼아 중동 일변도인 석유 수입선의 다변화 등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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