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배꽃’ 조망…고요한 풍경 속 ‘정화’
고희자 제10회 개인전 26일까지 무등갤러리서
"그림들 모두 ‘흰 곳’으로 초점화" 50여점 출품
입력 : 2025. 11. 20(목)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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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A’
‘독일 백조의 성’
군데 군데 백색이 투영됐다. 작품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배꽃 작업만 30년이 됐다고 하니 그는 천상 백색을 떠나서는 작업을 생각 못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그가 흰색만을 편식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채로운 색상을 추구하지만 화폭에서 흰색이 눈에 띄거나 한다는 의미다. 그의 화폭 속 백색은 어느 지점을 향해 집중되거나 화면 전체로 확장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도록 암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짧은 평을 써준 평론가의 그의 작품에 대한 제목이 ‘백색의 시선’이어서 더더욱 지배색이 백색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공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창작활동을 펼쳐온 고희자 작가(송원대 미용예술과)로, LH휴랑갤러리에서 제9회 전시를 가진 뒤 4년만에 열번째 개인전을 20일 개막, 오는 26일까지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이라는 타이틀로 갖는다. 출품작은 2005년 이후 작업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작과 신작 등이 망라된 가운데 ‘독일 백조의 성’ 및 ‘베네치아’, ‘나주 금천의 배꽃’, ‘석류’, 자신의 딸을 모델로 한 ‘인물’ 등 50여점이다.

‘나주 금천의 배꽃A
고희자 작가
특히 이번 전시는 자신의 개인전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이자 앞으로의 창작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지독히 많은 현장을 누비며 스케치를 다녀오곤 하는 작가는 한곳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전국을 돌며 현장 스케치를 추구한다. 나주 금천의 배밭 같은 곳은 작가로서 그의 근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30년 동안 변함없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배꽃 밭하면 흰 꽃만 생각하게 하는 데 배꽃 아래 푸르른 초목들이 우거지는 것까지 놓치지 않고 풍경을 담아왔고, 그것을 화폭에 투영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나주 배꽃을 30년 넘게 다니고 있다. 현장에서 본 배꽃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배꽃 밭 일대는 흰 꽃들 말고도 그 아래로 녹색이 덮는다”고 들려줬다.

또 작가는 도록 단상을 통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영혼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음을 느낀다. 오랜 시간 내면에 가라 앉아 있던 슬픔과 기쁨이 고요한 풍경 앞에서 감정들은 나도 모르게 정화돼 간다. 자연에서 얻은 영감은 지난 세월의 눈물방울이자 새로운 희망의 조각”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작품은 군중의 고독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보기 드문 마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영혼을 정화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작가만의 처절한 고뇌의 소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석류C’
‘인물C’
안석교 명예교수(한양대·전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광주시절에 함께 작품활동을 했다. 고 작가의 작품이 매우 강렬한 고뇌와 번뇌의 소산임을 잘 알고 있다. 주옥같은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메아리를 경험하기 바란다”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익두 교수(전 전북대)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림들이 모두 ‘흰 곳’으로 초점화 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많이 놀랐다. 얼핏 보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성적이든, 양성적이든 고 작가의 그림들은 백색의 초점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각각 평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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