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팁스의 불씨, 지역 창업 생태계로 번질까
송대웅 경제부 차장
입력 : 2025. 11. 06(목)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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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경제부 차장
창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기회’에 달려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투자와 네트워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시장과 소비자에게 닿을 수 없다.

그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맞잡은 프로그램이 바로 ‘팁스(TIPS)’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광주 빛고을창업스테이션에서 개최한 ‘호남권 웰컴 투 팁스’ 행사는 지역 창업기업들에게 수도권 중심의 투자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팁스는 민간 운영사가 선별·투자한 창업기업에 대해 정부가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제도로 지금까지 3700여개 기업이 참여해 17조원 이상의 후속투자를 유치하며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번 호남권 행사는 그 성과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팁스 참여를 희망하는 기술창업기업과 운영사 등 100여개사가 교류하며 투자 설명회, 네트워킹, 선배 팁스기업의 멘토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전남 고흥의 해신, 나주의 위즈팜, 광주의 쉐어플랫이 각각 최우수·우수·장려기업으로 선정되며 ‘지방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창업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팁스의 핵심은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무대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현재 전국의 팁스 운영사는 약 120곳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약 70%가 몰려 있다. 광주지역 운영사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광주연합기술지주, 전남대기술지주까지 3곳 뿐이다. 그만큼 지역 기업은 심사나 네트워킹 과정에서 물리적 제약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행사의 의미가 단순한 ‘행사 개최’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균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지속성’이다. 한 번의 행사가 열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그 온도는 빠르게 식는다.

팁스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운영사의 지속 참여와 지역대학·연구기관·지자체의 유기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창업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투자사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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