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광주·전남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김인수 사회부장
입력 : 2025. 10. 12(일)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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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다. 인구, 일자리, 교육, 문화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의 인구는 빠르게 빠져나가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전남은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 흐름을 멈추지 못한다면 지방 소멸은 시간문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균형발전의 출발점은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이다. 그중에서도 교육의 균형이 가장 시급하다.

지방에 ‘서울대급 국립대학 10개’를 육성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는 단순히 명문대 숫자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질을 전국적으로 분산시켜 지방 청년들이 고향에서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으로,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이다.

그러나 대학 지원을 거점국립대인 전남대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지방대학 육성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연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역 혁신의 구심점이 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중·소 지방대학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폭넓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쇠퇴한 지방의 부동산 문제 역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그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며 가격은 더 치솟았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인구와 일자리 부족으로 수요가 줄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해법은 인구와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 있다. 수도권에 무분별한 신규 공급을 늘리기보다 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이에 맞는 주거·교육·문화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활력이 돌아온다.

기업의 지방 이전은 그 핵심이다.

광주는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조성,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노력을 통해 산업·연구·교육이 결합된 국내 대표 ‘AI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준비된 인프라와 기업의 집적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촘촘한 AI 인재양성 사다리로 산업 기반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세제 혜택과 맞춤형 지원이 더해진다면 광주는 AI 기반의 미래 산업 전환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광주는 또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이자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꿀잼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민주·인권·평화라는 역사적 자산에 더해 인공지능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과 결합한다면, 광주는 인구가 모이는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지역 불균형이라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최근 ‘청년정책평가 전국 1위’, ‘글로컬대학 선정’이라는 소득을 얻은 것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성과가 균형발전의 실마리를 찾는 청신호가 되길 바란다.

전남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 정책의 최적지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애플과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참여하고 있으며, RE100을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은 글로벌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전남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과 바다·들판 등 다양한 입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제조업·연구개발·서비스 산업을 연계한다면, 전남은 단순한 에너지 생산지를 넘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1단계 이전이 일정부분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주요 기관의 대다수는 서울에 남아 있다. 이전한 기관들도 지역과의 연계가 약해 혁신도시는 행정기관 단지에 머물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단계 이전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문화, 연구 관련 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긴밀히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일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쇠퇴한, 아니 발전 가능성이 높은 광주와 전남을 되살리는 길, 그 길이 바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이자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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