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피소?"…오락가락 행정에 주민 불만 폭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
대피 하루 만에 귀가 후 다시 여관 등 전전…민원 폭증
하남다누리센터 재운영…박병구 청장 "임시대피 권장"
입력 : 2025. 05. 20(화) 18:22
오후 1시가 되자 송정보건지소는 입구 끝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어제 대피소 운영이 종료됐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갔는데 기침과 두통이 더 심해졌습니다. 이건 누가 보상해 주나요?”

광주 광산구가 섣부르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대피소 운영을 종료했다가 2차 피해를 입게 된 주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0일 광산구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산정동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 설치됐던 주민 임시대피소의 운영을 종료하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던 37가구 249명을 귀가시켰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는 이른바 ‘도깨비불’로 불리는 잔불이 계속 되살아나며 심한 연기와 악취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공장 현장에는 타이어 원료인 생고무 등에 불이 붙은 잔불 더미가 200여개 이상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메케한 연기가 이어지며 집으로 돌아온 상당수 주민이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다.

전날 오전까지 광산구가 집계한 주민 피해는 115건(인적 피해 5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1236건(인적 피해 603건)으로 폭증했다.

실제 19일 오후부터 화재 현장 인근과 인접한 서라아파트 1·2차 등 거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은 친척 집이나 여관을 전전해야 했다.

전 11시 광주 광산구 송정동 송정보건지소는 금호타이어 화재로 인한 피해 접수를 하기위해 방문한 주민들로 가득찼다.


이러한 불만은 20일 광주 광산구 송정보건지소 1층에 마련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사고 주민피해현황 접수처에서 터져 나왔다.

A씨(57)는 “매캐한 연기 냄새가 집 안까지 들어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어젯밤 내내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속이 메스꺼워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인근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B씨(29)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물론 어린 동생까지 기침하고 두통을 호소해 어제 대피소를 찾았다가 헛걸음했다”면서 “화재 현장 인근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는 것도 억울한데. 행정당국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실제 접수 현장에는 고령의 노인부터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피해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기침, 호흡 곤란, 두통, 어지럼증, 속 울렁거림 등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자 광산구는 운영 종료를 선언했던 주민대피소를 20일 오후 7시께부터 하남다누리체육센터에 마련하기로 했다. 운영 기간은 무기한이며, 대피소에는 텐트(쉘터) 70개가 설치된다. 보건 의료·식사 지원 등도 이뤄진다.

이에 대해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어제 시민들을 다 복귀시켰는데 오후에 (화재 진화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었다”며 “기압도 낮아 연기가 자욱하고 냄새도 심해서 시민들이 두통 등 여러 고통을 호소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상황 악화로 대피소를 즉각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임시 대피를 권장하며, 숙박업소 영수증을 청구하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금호타이어 측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정호 기자 ljh4415@gwangnam.co.kr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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