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치를 생산하는 권리중심 노동
도연 광주지속협 불평등감소와 사회안전망 구축위원회 위원·광주인권지기 활짝 회원
입력 : 2025. 04. 17(목) 18:17

도연 광주지속협 불평등감소와 사회안전망 구축위원회 위원·광주인권지기 활짝 회원
“남들이 차를 만들고, 집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을 합니다.”
우리는 청년노동자이자 장애인활동가인 설요한 인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는 2019년 12월 5일 향년 2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뇌병변 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일했던 청년으로 2019년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동료상담과 자조 모임을 통해 비경제 활동·실업 상태에 있는 장애인의 취업 의욕을 고취시켜 취업을 연계하겠다는 목적의 사업이다. 한 달에 네 사람의 중증장애인과 만나 5회씩 상담을 진행하고, 그 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가 살던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은 열악했고, 제시된 목표를 채우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가 속한 기관에 지급된 보조금을 반환해야 했고, 그는 ‘미안하다. 민폐만 끼쳤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동료에게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상담이 필요한 장애인을 만나기 위해 타고 갈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는 동료지원가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만들 수 없다. 좌절과 절망 가운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동료’ 상담과 ‘자조’ 모임이 필요한 순간이다.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에 따른 고용부담금을 걷고 있는 현실에서 중증장애인 취업 연계를 ‘동료 상담’과 ‘자조 모임’으로 달성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설요한의 삶의 끝에서 시작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0년 5월 14일 서울시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문화예술 활동’ 그리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직무로 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권리중심 일자리에 참여한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지역 곳곳에 나타나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한 몸짓으로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알렸다. 260명으로 시작한 서울시 권리중심 일자리 노동자의 목소리는 2023년 400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24년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을 오세훈 시장이 전액 삭감하면서 400명 권리중심 노동자의 목소리는 그 자리를 잃고 말았다. 한편, 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2025년까지 권리중심 일자리 50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24년 7월부터 12명의 권리중심 노동자를 시작으로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권의 도시에서 커져야 할 권리중심에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있다.
2022년 9월 9일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보고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장애인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장애인단체 참여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편견에 대항하는 국가 전략을 채택하고 이 결과를 모니터링 할 것, 그리고 모든 장애인의 존엄성과 능력 및 기여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기 위해 정책입안자, 사법부, 법집행관, 언론, 정치인, 교육자, 장애인과 함께 혹은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장애인 권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과 인식제고 모듈을 모든 교육 수준에서,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장애인의 참여를 통해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은, 위와 같은 UN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정권이 바뀌고 시장이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인권의 도시’가 해야 할 일이다.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가치’를 보여주는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박경석·정창조 저)’ 책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그런데 과거를 잘 돌이켜보니까, 최중증장애인들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해온 건 또 아니더라고요. 중증장애인들은 그동안 사회와 맞서 싸우면서, 사회적 변화라는 거를, 자기 권리라는 거를 스스로 만들어왔잖아. 이동권 투쟁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중증장애인들이 싸워가지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저상버스를 만들어냈잖아.”
이처럼 소중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시고 또 바라봐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청년노동자이자 장애인활동가인 설요한 인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는 2019년 12월 5일 향년 2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뇌병변 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일했던 청년으로 2019년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동료상담과 자조 모임을 통해 비경제 활동·실업 상태에 있는 장애인의 취업 의욕을 고취시켜 취업을 연계하겠다는 목적의 사업이다. 한 달에 네 사람의 중증장애인과 만나 5회씩 상담을 진행하고, 그 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가 살던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은 열악했고, 제시된 목표를 채우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가 속한 기관에 지급된 보조금을 반환해야 했고, 그는 ‘미안하다. 민폐만 끼쳤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동료에게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상담이 필요한 장애인을 만나기 위해 타고 갈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는 동료지원가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만들 수 없다. 좌절과 절망 가운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동료’ 상담과 ‘자조’ 모임이 필요한 순간이다.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에 따른 고용부담금을 걷고 있는 현실에서 중증장애인 취업 연계를 ‘동료 상담’과 ‘자조 모임’으로 달성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설요한의 삶의 끝에서 시작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0년 5월 14일 서울시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문화예술 활동’ 그리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직무로 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권리중심 일자리에 참여한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지역 곳곳에 나타나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한 몸짓으로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알렸다. 260명으로 시작한 서울시 권리중심 일자리 노동자의 목소리는 2023년 400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024년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을 오세훈 시장이 전액 삭감하면서 400명 권리중심 노동자의 목소리는 그 자리를 잃고 말았다. 한편, 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2025년까지 권리중심 일자리 50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24년 7월부터 12명의 권리중심 노동자를 시작으로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권의 도시에서 커져야 할 권리중심에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있다.
2022년 9월 9일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보고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장애인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장애인단체 참여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편견에 대항하는 국가 전략을 채택하고 이 결과를 모니터링 할 것, 그리고 모든 장애인의 존엄성과 능력 및 기여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기 위해 정책입안자, 사법부, 법집행관, 언론, 정치인, 교육자, 장애인과 함께 혹은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장애인 권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과 인식제고 모듈을 모든 교육 수준에서,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장애인의 참여를 통해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은, 위와 같은 UN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정권이 바뀌고 시장이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인권의 도시’가 해야 할 일이다.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가치’를 보여주는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박경석·정창조 저)’ 책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그런데 과거를 잘 돌이켜보니까, 최중증장애인들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해온 건 또 아니더라고요. 중증장애인들은 그동안 사회와 맞서 싸우면서, 사회적 변화라는 거를, 자기 권리라는 거를 스스로 만들어왔잖아. 이동권 투쟁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중증장애인들이 싸워가지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저상버스를 만들어냈잖아.”
이처럼 소중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시고 또 바라봐주시길 바란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