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고기는 물의 고마움을 모른다
염철훈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입력 : 2025. 03. 18(화) 14:16
염철훈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시민 여러분! 현재 광주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나부터 시작하는 물 절약! 주변에도 적극 알려 20% 물 절약에 다함께 동참해주세요.”

2022년 11월 광주 시민에게 가장 많이 온 재난 문자의 내용이다. 이때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이 31% 정도로 전년(71%) 대비 절반 아래 수준으로 떨어져 물 고갈 위기에 처해있었다. 30년 만에 겪는 가뭄위기로 인해 당시 광주시는 샤워시간 줄이기, 빨랫감 모아서 세탁하기 등 ‘생활 속 20% 물 절약’ 실천 방법을 시민에게 적극 홍보했다.

3월 22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정한 날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깨끗한 물이 풍부한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경우 겨울부터 봄에는 가뭄으로 인해 물 부족이 심하고 여름부터 가을은 장마철 및 태풍으로 인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계절적 차이가 심할 뿐 전반적인 수치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계절적 차이로 인해 여름과 가을에 물관리를 못한다면 겨울에서 봄까지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실제 2022년 11월 광주는 가뭄 위기 단계였지만 전남의 경우 신안의 일부 섬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많은 주민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황스럽게도 그다음 해인 2023년 여름에는 엄청난 폭우로 인해 동복댐, 주암댐의 홍수조절 수위까지 지속적인 방류가 이어졌다. 웃기지 않는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가뭄으로 인해 걱정했는데 여름에는 홍수가 날까봐 걱정하는 모습들이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화석연료 플랫폼 사회에서 태양광, 수소 등 대체에너지 플랫폼 사회로 바뀌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물’이다. 인간에게 절대적인 필수 요소인 물 만큼은 대체할 수가 없다. 기술이 발전해 바닷물을 식수, 생활용수 등으로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힘든 실정이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상수도에서 여과된 수돗물에 소량의 염소를 넣어 소독한 수돗물을 사용한다. 이렇게 현대인은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을 공급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자연으로부터 한정적으로 얻은 다음 기술을 통해 인간에게 보급되는 형식이다. 물은 이처럼 아직까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어 물이 부족하면 절약을 해야만 한다.

최근 기후변화 재앙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물부족으로 죽는 사망자 수가 훨씬 많으며, 안전한 물, 잘 관리된 수질과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이 없어 죽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의 인류 중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담수 고갈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으며, 2050년까지 최소한 4명 중 1명은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물 부족의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가뭄은 최빈국에 기아와 영양결핍을 악화시키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이제 현대인에게 물 절약은 필수적인 생활방식이 돼가고 있다. 물을 절약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샤워시간을 짧게 하는 등 우리는 대부분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다만 물이 부족한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물을 필요 이상으로 사용할 때가 많다.

‘물고기는 물의 고마움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물고기가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사람도 매일 먹는 밥이나 물, 공기 등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깨끗하고 이용 가능한 물은 인류와 생태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이를 위한 충분한 양의 담수도 지구상에 존재한다. 하지만 물의 고마움을 잊고 절약보다는 낭비하는 생활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지난번처럼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재난문자를 수시로 받는 생활에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항상 곁에 있어서 당연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지 않는 상황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상황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 정도는 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물을 절약하는 조그만 실천부터 해보는 것이 어떨까?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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