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계 끌어안기 시동 거나
김경수와 헌정수호 세력 연대 논의
김부겸·임종석과도 연쇄 회동 나서
불안·의구심 기류 바꿔질지 촉각
입력 : 2025. 02. 13(목) 17:5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통합 행보에 나섰다.

13일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회동을 시작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만날 계획이다.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비명계 끌어안기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후에 열리게 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 결집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와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 전 지사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만나 정국현안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과 회동에 나선 것은 비명계가 본격적으로 세력 불리기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일 부산 특강에서 “이 상태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 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복당 메시지에서도 “더 큰 민주당으로 가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광주를 찾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모두 나서달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고 친명계를 직격하기도 했다.

자칫 친명계와 비명계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우려가 커지자 최근 양측은 수위를 조절하고 접점을 찾는 듯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2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등 돌린 분들이 돌아올 길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외치는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을 향해서는 “함께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탄생에 책임이 크다”고 밝힌 데 이어 이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제게 있다”고 화답하면서 당내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의 초석을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와 비명계 대권 주자들과의 이번 회동이 계파 갈등의 향배를 가늠할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 계파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통합의 대의명분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가 단순히 비명계를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총선 과정에서 당을 떠난 사람들을 품는 포용을 보이지 않는다면 통합은 말뿐인 시늉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정권 교체를 위해 결집해야 하는데 과거 행적을 따져 옥석을 가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당을 떠났던 사람도 다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친명계 한 의원은 “당내에 남아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은 포용해야겠지만, 통합을 명분으로 당에서 나간 사람들을 다 받으면 되려 당의 분열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일부 비명계 주장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 대표와 비명계 대권 주자들의 회동이 연대와 통합의 계기가 될지 그저 갈등을 수면 아래로 잠재우는 임시 조치에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결과가 조만간 나오면 다시 당내 갈등이 커지고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비방전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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