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새로운 시작"…만학도들 웃음꽃 '활짝'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졸업식 가보니]
초등과정 등 총 46명 졸업장 수령…분위기 화기애애
상급학교 진학 의지도…한미준 이사장 "가슴벅찬 일"
입력 : 2025. 02. 12(수) 18:12
12일 광주 동구 무돌교회 7층에서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이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보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12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무돌교회 7층에서 열린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졸업식.

이 자리에는 성인문해교육을 마친 졸업생 46명을 비롯해 임택 동구청장, 문선화 동구의장, 가족, 재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해 만학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졸업장 수여, 축사, 송·답사, 졸업식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된 이날 졸업식의 백미는 졸업생 답사였다.

최연장자인 초등3단계 철쭉반 백기남(84·여) 졸업생 대표는 울컥하며 이틀 동안 준비한 졸업 소감문을 읽었다.

백기남씨는 “담양에서 학교까지 오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며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공부를 하다 보니 나의 삶이 이제서야 완성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 영어, 사회, 미술 등 다양한 공부를 하니 너무 재미있었고, 좋은 벗과 과학관, 수학여행을 다니며 좋은 추억도 쌓았다”며 “이사장님, 담임선생님, 함께 공부한 철쭉반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졸업생 김유순씨(68·여)와 유정금씨(78·여)도 서로를 축하하며 진학 의지를 내비쳤다.

김유순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주민센터·은행 업무를 보기 어려워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30년간 장사와 식당 보조, 건물 미화활동 등의 일을 하며 자식을 키웠던 그는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2023년 학교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이제는 고등학생·대학생 손자와 휴대전화 통화는 물론 문자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먹고 사는데 바빠 공부할 생각을 못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아직 받침을 틀리지만 한글을 계속 공부하겠다. 영어, 수학, 역사를 배우니 재미있다. 중학교 입학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고 있다.


중등 과정을 마친 유정금씨(78·여)도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 중이다.

유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 진학을 못한 것이 한이었다”며 “항상 마음 속에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남편의 지지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도 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학 수업을 통해 심장, 혈관 등 몸 속에서 여러 활동이 있는 점을 배우니 신기했다. 이제는 셀프(SELF), 커피(COFFEE) 등 영어를 보고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각자 교실로 이동했다. 칠판에는 ‘졸업 축하합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눈물 나요’, ‘중학교·고등학교 간다’ 등의 형형색색 적힌 문구와 졸업생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자녀, 손자는 졸업생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미준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이사장과 담임선생님은 졸업생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졸업장을 수여했다. 이날 졸업생은 총 46명으로 초등과정 27명, 중등과정 19명이다.

한미준 이사장은 “많이 고민하고 학교 문을 두드렸을 텐데 오늘 가슴벅찬 졸업을 하게 됐다”며 “공부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 등의 어려움을 이겨낸 졸업생 모두 대단하고 애쓰셨다”고 강조했다.

1968년 화순군 이양면에서 개교한 희망학교는 2001년 (재)광주희망평생교육원으로 전환, 2007년부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 초등·중등 과정으로 나눠 매화·목련·철쭉·희망·행복반, 중학교 1~3학년 등에서 성인 학생의 꿈과 열정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광주희망평생교육원은 12일 광주 동구 무돌교회 7층에서 졸업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졸업장과 학력인정서를 들고 있는 졸업생들의 모습.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사회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