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파괴…표결 집단 거부한 국민의힘에 분노"
광주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에 허탈
투표 불성립되자 반발 수위↑…"국민 우롱하는 처사"
입력 : 2024. 12. 08(일) 18:42
7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소추안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지금 이곳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저버리고 국민을 우롱한 대통령을 어떻게 그대로 놔둡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자동 폐기되자 광주시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국회 본회의가 시작된다는 소리에 시민들이 TV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도 멈추고 TV 화면을 응시하는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시민들이 TV에 집중한 이유는 이날 국회에 상정된 안건이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안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 특검법안은 재표결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는 설명이 흘러나오자 시민들은 TV 소리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내 투표 결과가 나오자 TV 앞에 모인 시민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김 여사 특검법이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돼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시민 박모씨는 “국민의힘이 김 여사 특검법안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령하며 폭주하는 모습을 본 만큼 브레이크가 필요했는데, 부결돼 아쉽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탄식은 금세 ‘분노’로 바뀌었다.

김 여사 특검법을 처리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본회의장에서 퇴장,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표결을 무산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서다.

터미널 곳곳에서는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를 거부하는 게 의원들이냐” 등의 원성과 함께 욕설이 난무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처리되길 바라며 TV 앞을 떠나지 않았고, 이후 중계되는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결국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쉽사리 자리를 못 뜨던 한 시민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투표 불성립 여파는 8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터미널을 찾은 이들 또한 TV 앞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바라보며 한탄을 쏟아냈다.

주말 사이 고향 광주를 찾았다 근무지인 당진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은 김모씨는 “비상계엄으로 나라 망신과 경제를 나락으로 보낸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며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들에게는 나라보다 자신의 정치 인생이 더 중요한 것 같아 화가 치밀어오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시민 최모씨는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 인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크게 퇴행하게 됐다”며 “비상계엄을 보고도 탄핵에 투표하지 않은 국민의힘은 더 이상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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