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
[영화리뷰] 고선주 문화체육부장
영화 ‘탈주’ 규남·현상 간 대추격전 몰입감 '최고'
현실 안주 대 새 삶 위한 도전…인간적 고뇌 천착
입력 : 2024. 07. 31(수)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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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포스터(주연배우 이제훈)
‘탈주’ 포스터(주연배우 구교환)
모처럼 딸의 제안으로 영화 한 편을 관람하기 위해 유스퀘어 극장(CGV)으로 향했다. 바쁘다는 핑계 대신 스스로의 선택을 기대하며 이제훈·구교환 주연의 영화 ‘탈주’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거리들을 모색해 봤다. 얼마만에 본 영화인가 모르겠다. 이 영화는 남북관계를 넘어 인간적 고뇌를 기반으로 인민군 중사인 임규남(이제훈 역)과 보위부 소좌로 간부인 이현상(구교환 역) 사이에 벌어지는 추격전을 밀도있게 그린다. 규남의 아버지는 현상의 집 운전기사 출신이다. 부친 대 인연을 기반으로 이뤄진 관계인데 현상은 최전방 인민군 군부대 병사로 지내던 규남이 탈주를 시도했다가 발각돼 징벌위원회가 열리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등장해 규남을 구출한다.

현상은 규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김동혁(홍사빈 역)의 남한으로의 탈주를 적발한 전쟁 영웅으로 둔갑시켜 사단 본부로 재배치한다. 전쟁영웅을 하나의 계기로 파티를 벌이던 중 술에 취한 간부 1명을 들쳐업고 지프차량에 태워 사단 밖으로 탈출해 현풍리 병영으로 가서 지하 감옥에 있던 동혁을 기적적으로 군부대 밖으로 빼내오는데 성공한다.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라는 대형 구호 간판과 인민복, 영화 속 배경이 북측 지역이라는 점을 금세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때부터 규남과 현상의 추격전은 흔히 영화시청 중 일부 벌어지는 졸음현상을 전혀 불가하게 만들었다. 현상은 규남에게 “허튼 생각말고 받아들여 이것이 니 운명이야”라면서 은근히 탈주를 저지하려 시도하고, 규남은 “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라면서 대립한다. 이 대립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자와 이미 운명에 순응하기로 하고서 그것을 저지하려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으로이해하면 된다. 현상은 결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탈주를 시도하는 규남을 사살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맞는다.

그런데 실패해도 남한으로 탈주해 살아보겠다는 규남의 의지가 확인되자 군사분계선 앞에서 사정권 안에 들어온 규남의 다리에 총상을 입히는데 그치지, 치명상을 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야속하게 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온 현상이 총상으로 인해 아직 분계선에 다다르지 못한 규남의 등에 대고 총을 겨눈다. 피를 흘리며 흰선으로 그어진 터널 속 분계선 위에 중지 끝이 가닿게 하려는 규남의 처절한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거기서 영화는 체제보다는 휴머니티가 발동된다. 그때 국군이 나타나자 현상은 그러면 남한으로 가라고 말한 뒤 북쪽으로 돌아가고, 규남은 국군에 인계돼 호송된다. 규남의 대탈주극이 끝나는 순간이다.

사실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광고 타임 때 딸에게 ‘아빠가 코 골고 자면 영화는 실패작’이라고 농담을 건넨 바 있다. 그런데 단 1초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빠른 극의 전개와 독립영화계에서 쌓은 연기력이 빛나는 구교환과 역의 완벽한 소화를 위해 5㎏를 감량한 이제훈의 연기조합, 탄탄한 스토리, 이종필 감독의 연출력 등이 맞물리면서 영화의 몰입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제훈은 2021년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구교환을 지목해 같이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러브콜을 보낸 바 있는데 이것이 성사된 셈이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이외에도 송강 이솜 이호철 등의 특별출연 배우들 역시 감초역할로 충분했다.

삶이 대내외적으로 매우 힘든 요즘이다. 그렇지만 규남이 온갖 시련을 뚫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듯 늘 일상과 사투 중인 사람들이 청년을 포함해 영화 속 규남이처럼 앞길을 개척해갔으면 좋겠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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